사진 왼쪽부터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김윤덕 국토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사진=방인권 기자)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출이 다시 집값 상승의 연료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 있다. 규제를 미리 예고하면 시행 전 대출과 거래가 몰릴 수 있어 전격적인 조치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혼란까지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하루아침에 대출 기준을 바꾸면 이미 분양계약을 맺고 잔금 계획까지 세운 사람의 자금계획이 틀어진다. 어제까지 가능했던 대출이 오늘은 막히고, 은행별 한도가 소진되면 평소라면 문제가 없던 차주도 대출받을 곳을 찾아 헤매야 한다.
문제는 규제 자체보다 이런 불확실성이다. 정부가 규칙을 바꿨다면 새 기준이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기존 계약자는 어떻게 되는지, 어떤 경우 예외가 인정되는지를 국민이 즉시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도자료에는 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총량 목표가 빼곡한 반면 정작 차주가 가장 궁금해하는 “그래서 나는 얼마를 빌릴 수 있느냐”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은행과 상담사마다 답까지 다르면 혼란은 더 커진다.
대출규제를 무작정 풀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불가피한 규제일수록 시행은 더 정교해야 한다. 기존 계약자에게 필요한 경과조치를 두고, 예외 기준을 명확히 해 금융회사마다 다르게 해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책 발표와 동시에 차주가 자신의 적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와 상담체계도 갖춰야 한다.
갑자기 바뀐 규칙 때문에 계약과 입주, 가족의 주거계획이 흔들리는 사람에게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책을 바꿀 권한이 정부에 있다면, 그 변화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비용을 최소화할 책임도 정부에 있다. 불가피한 규제일수록 정부는 더 친절하고 더 정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