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절반도 못 돌리는데 전기료·빚 독촉…밥이 안넘어갈 지경"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8일, 오전 04:01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물량이 많이 줄어 가동률로 따지면 한 60%나 될까요. 최저임금이 올라 사람을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어쩌다 대기업으로부터 발주가 대거 몰려도 납기를 못 맞추는게 현실입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에서는 단가 인상을 시킨다고 하지만 실제 인상 공문을 보내면 대기업이 물량을 안 주고 다른 데로 가버려요. 원자재는 모두 수입 해오다 보니 고환율 상황에서 남는 게 없고 금리 인상까지 예고 돼 남는게 없습니다.” ―부산 강서구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B대표

“원자재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메일과 팩스가 매일 들어와 밥이 안넘어갑니다. 중소형 조선소에 우리가 납품하고도 돈을 못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몇 개월씩 입금이 지연되고 있어 불안한데 정부에서는 전기료 등 공과금이 조금만 밀려도 독촉하고 차압이 들어오고 있어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은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재무제표가 좋은 데만 돈을 빌려주지만 필요한 사람들은 안 빌려주는 상황으로 정책과 현실이 다릅니다.”―부산 녹산 산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C대표

제조업 공장들이 주문 감소와 원가 부담, 자금난에 시달리고 내수 부진으로 소상공인 폐업이 늘면서 중소기업 생태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법인 파산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중소기업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 내수 회복과 경기부양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상환 여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산업 생태계의 밑바닥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구미·포항 등 전통 제조 산단 타격

9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주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에 따르면 주력 제조업이 밀집한 지방의 공장 가동률이 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영암에 위치한 대불(외국인투자 전용) 산단의 경우 2023년 3월 94.4%의 가동률에서 올해 1분기 47.2%로 4년 만에 반토막 났다.

구미, 군산, 포항, 광양, 남동, 녹산, 시화 등 전통 제조업 중심 산업단지들은 2022년 이후 가동률이 하락하거나 낮은 수준에서 정체됐다. 조선기자재와 철강, 자동차부품, 기계 등 업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내수 침체,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생산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구미 산단의 경우 2022년 3월 79.4%에 달하던 가동률이 2023년 3월 68.5%로 뚝 떨어진 이후로 2024년 3월 66.7%, 2025년 1분기 64.8%, 2026년 1분기 64.3%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산단 가동률이 5년 만에 15.1% 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포항의 경우도 2022년 3월 94.8%, 2023년 3월 94.4%, 2024년 3월 93.6%, 2025년 1분기 94.6%를 유지하다 2026년 1분기 84.1%로 1년 만에 10% 포인트 가량 큰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산단 가동률은 82~83%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단지별로 천재지변이나 관세 등 특수한 상황으로 애로가 있는 경우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한다”라며 “단숨에 10~15% 포인트의 가동률이 떨어졌다면 감소폭이 큰편으로 그만큼 생산액이 줄었거나 정책적으로 기업 환경이 나빠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법인 파산 20년 만에 가장 많고 개인회생도 역대 최다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기 역시 냉랭하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소상공인 폐업이 늘어 중소기업 생태계의 바닥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우려 높아지고 있다. 실제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12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증가했다. 이는 2006년 통합 도산법 도입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수치다. 법원 개인회생 절차 신청 건수는 집계 이래 역대 최대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6월 개인회생 접수는 8만17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2192건)보다 13.2%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경기동향조사’ 에서도 올해 6월 기준 ‘소상공인 체감BSI’는 63.6으로 전월 대비 4.3p(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15일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비용 부담 실태조사’ 결과 26.4%가 현재 채무 수준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에서도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자율적인 상생금융 노력에 나서지 않으면 실물경기 회복은 요원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민경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채무부담의 가장 큰 원인이 매출감소와 영업이익 악화로 조사됐다. 하반기 내수 회복과 경기부양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상환 여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일시적 자금난이 연체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금융 공급 확대와 취약기업 대상 유동성 지원 등 정책금융의 안전판 역할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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