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관한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4.8.16 © 뉴스1 장수영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두 배로 확대하고 새롭게 생긴 약 30조 원의 대출 여력을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지만,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관망 모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집단대출은 은행별 총량 관리와 별도로 적극 공급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은행들은 구체적인 총량 배분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대출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는 당분간 '선착순 대출' 우려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은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다. 우리은행은 아직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한도를 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은행이 모두 참여하더라도 총한도는 5000억 원 안팎이다.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한 액수다.
당초 시장에서는 정부가 8·13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집단대출 공급 확대 방침을 밝힌 만큼 은행들이 추가 한도를 배정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대부분 기존 한도를 유지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발표한 대책에서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는 약 30조 원 규모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게 됐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에 우선 활용하기로 했다. 집단대출은 은행별 총량 목표와 별도로 관리해 총량을 이유로 공급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메시지다.
하지만 은행권은 아직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총량 관리 방식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금융당국과 은행별 총량 목표를 조정하는 협의가 예정된 만큼 그 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 한도 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총량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인지, 별도 버퍼를 인정하는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대출을 크게 늘리기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총량 관리에 대한 부담이 이어지면서 잔금대출 관행도 쉽게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집값이 분양가보다 크게 오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는 여전히 감정가 대신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잔금대출은 입주 시점 감정가를 기준으로 한도가 정해진다. 그러나 디에이치방배처럼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크게 벌어진 단지는 감정가를 적용할 경우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 일부 은행은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디에이치방배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는 약 22억4000만 원이다. 현재 호가는 35억 원 이상이며 최근에는 입주권이 39억3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감정가가 시세 수준으로 형성될 경우 담보 인정 한도는 크게 늘어나지만,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면 대출 가능 규모는 크게 줄어든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가운데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한도를 산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감정가 50%를 내부 한도로 적용하지만 실제 대출은 차주별 잔금 필요액 등을 심사해 실행하는 방식이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별 총량 관리 기준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추가 한도 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집단대출을 적극 공급하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총량 관리 방식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당국과의 협의 이후에야 한도 확대 여부가 본격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doyeop@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