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모습. 2026.8.11 © 뉴스1 국회사진기자단
인공지능(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타고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대기업들이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은 늘어난 발주에도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되는 양상이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로 고객사의 생산 확대와 주문 증가가 이어졌지만, 반복 납품되는 소재·소모품 업체를 중심으로 원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이 납품단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가격 협상력과 기술 진입장벽의 차이에 따라 대기업과 일부 고부가 장비기업에 집중되는 'K자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2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 갈무리(국세청 제공)
대기업 수출 독주…중소기업과 격차 심화
18일 국가데이터처와 관세청의 '2026년 2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대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8% 급증한 반면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은 13.1%에 그쳤다. 대·중소기업 간 수출 증가율 격차는 68.7%포인트(p)에 달한다.
반도체 등 전기·전자 품목을 포함한 자본재 수출 확대가 대기업 중심의 외형 성장을 이끈 결과다. 수출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무역집중도는 55.3%로 1년 전보다 17.0%p 상승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공급망 하부의 체감 경기는 엇갈린다. 일부 소재·소모품 협력사는 생산량과 매출이 늘어도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개선이 제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수출 호조가 공급망 전반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오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P5)으로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 뉴스1 김영운 기자
신규수주·수주잔고·물량 늘어도 영업이익률 제자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 83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1.2%로 집계됐다. 또 기업 38곳은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돌았고, 반도체 호황 국면에도 13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일례로 원익IPS(240810)는 반도체 메모리 설비투자 회복에 힘입어 4000억 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했지만,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165억 원, 영업이익은 1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49.6% 감소했다.
장비업 특성상 수주부터 제작·납품·설치·검수까지 시간이 걸려 수주 확대가 즉시 매출과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는 점을 고려해도 확대된 수주 물량이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고객사의 공정 전환과 직결되고 대체가 어려운 일부 장비기업은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HBM용 열압착(TC) 본더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042700)의 2분기 매출은 2511억 원으로 39.5%, 영업이익은 1303억 원으로 51% 증가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51.9%에 달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참석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6.8.12 © 뉴스1 김명섭 기자
"단가 연동·고부가 제품 전환 없인 낙수효과 한계"
반면 세정액, 포토레지스트(PR), 쿼츠 등 소재·소모품은 수량 단위 납품 비중이 높아 고객사의 단가 협상력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체 가능성이 높거나 고객사 의존도가 큰 기업일수록 장기 공급계약과 기존 납품단가에 묶여 원가 상승분을 즉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동률이 올라가면 다수 협력사의 수주·소모성 자재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원가가 올랐을 때 납품단가를 즉시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메모리 제조사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상과 계약으로 제품 가격을 상향 조정할 여지가 있지만, 소부장 협력사는 기존 계약단가와 가격조정 조항의 제약으로 원가 상승분 반영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부장 기업이 수익성을 높이려면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여 나가야"며 "단가 연동 제도의 손질과 원가 변동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거래 구조와 단가 조정 체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물량 증가의 수익성 전이 효과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