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폭염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한 지난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직원이 애호박을 진열하고 있다.© 뉴스1 박지혜 기자
한반도를 달군 기록적인 폭염이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온에 취약한 채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시금치 가격은 한 달 새 두 배로 뛰었고, 오이와 깻잎, 애호박도 50% 안팎 급등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농산물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밥상 물가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채소 가격은 평년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는 우려 요인이다. 올해 주요 채소류 생산량이 대체로 늘면서 낮은 가격이 이어졌지만,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생육 부진으로 가격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시금치 한 달 새 100%↑…오이·깻잎도 줄줄이 올라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4일 기준 시금치(100g) 평균 소매가격은 2108원으로, 한 달 전인 7월 14일(1050원)보다 100.8% 뛰었다. 한 달 만에 가격이 두 배로 오른 것이다.
다른 채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시계통 오이(10개)는 같은 기간 7387원에서 1만 1987원으로 62.2% 올랐고, 깻잎(50g)은 951원에서 1537원으로 61.6%, 애호박(1개)은 1021원에서 1502원으로 47.1% 각각 상승했다. 배추(1포기)도 3498원에서 4937원으로 41.1% 올랐다.
일별 흐름을 보면 채소 가격 상승세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하순부터 가팔라졌다. 시금치는 지난달 20일 1125원에서 열흘 뒤인 30일 1613원으로 43.4% 뛰었다. 이후 이번 달 들어서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12일 2038원까지 치솟았다.
오이 역시 지난달 20일 8881원에서 지난 5일 1만 3824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가격이 다소 진정되면서 12일에는 1만 1079원을 기록했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50% 넘게 비싼 수준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손우진(26) 씨는 "시금치 가격이 괜찮으면, 양념해서 해 먹는데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최근에 굳이 시금치를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40도 넘긴 기록적 폭염…고온에 채소 생육 '비상'
채소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폭염이 있다. 엽채류는 잎이 얇고 수분 증발이 많아 고온에 취약하다. 폭염이 이어지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데다 수확·선별 등 현장 작업 여건도 악화돼 출하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오이·애호박 등 과채류 역시 고온이 지속되면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과실이 터지는 '열과' 등이 발생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올여름에는 40도를 넘나드는 극심한 더위가 이어졌다. 경남 양산은 지난달 29일 40.3도를 기록한 데 이어 31일에는 41.4도까지 치솟았다. 이후 이달 2일에는 42.5도까지 오르며 기록적인 고온이 이어졌다.
극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폭염 대응 단계도 강화됐다. 지난 4일 서울 전역에는 올해 신설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다.
다만 최근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고 해서 채소 가격 자체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인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상순 현재 시금치·오이·애호박 등의 도소매 가격은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주요 채소류 생산량이 대체로 늘면서 그동안 평년보다 낮은 가격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극심한 폭염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한 지난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에 청상추가 진열돼 있다. © 뉴스1 박지혜 기자
정부 폭염 대응 강화…농축산물 수급 안정 총력
정부는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농축산물 수급 관리와 농업 분야 피해 예방을 위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일부터 '폭염·가뭄 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하고, 기존 국장급이 총괄하던 재해대책상황실을 차관이 지휘하는 '농식품부 사고수습지원본부'로 격상했다. 농촌진흥청과 산림청, 농협, 한국농어촌공사,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과 함께 대응에 나섰다.
과수 등 농작물의 일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차광막 설치와 공기순환팬 가동 등 현장 기술지도도 강화하고 있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농축산물 수급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선제적 가뭄대책 추진으로 농업분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일부 채소 가격이 빠르게 올랐지만 8월 전체 수급 전망은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애호박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배추는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8월 도매가격도 애호박은 상품 20개 기준 1만 8000원 안팎, 배추는 상품 10㎏ 기준 1만 1000원 안팎으로 각각 전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향후 출하량과 가격은 기상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만큼 농산물 수급 상황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seungjun24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