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주요 대기업이 인력과 자본을 대거 투입하며 전사적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부터 외부 거대언어모델(LLM)까지 업무 전반에 접목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밀 유출 우려 등 보안 문제로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디지털·AI 전환을 시도한 결과, 현재 일반·연구직 임직원 80%가 AI를 사용하고 있다.일부는 직접 업무용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활용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 챗 프로'를 구축하고, 지난해부터 임직원에게 개방했다. H 챗 프로는 보안이 확보된 사내 환경에서 외부 LLM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삼성은 지난 6월 AI 대전환을 선언하고 그룹사 전체를 대상으로 챗GPT,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클로드 등 외부 LLM 3종을 공식 도입했다.특정 AI 서비스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업무 목적과 특성에 따라 최적의 AI를 골라 쓰도록 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인사·조직 체제도 정비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임원 평가 시 AX 배점을 기존보다 최대 10점가량 높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는 최근 AX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직책을 신설했다.
SK는 경영진을 중심으로 AX 실행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365의 AI 비서 '코파일럿' 도입을 논의하는 한편, 오픈AI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내놓은 최상위 요금제 '챗GPT 엔터프라이즈'의 사내 활용 가능성도 보안·시스템 구조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무에 특화된 자체 생성형 AI 'GaiA(가이아)'를 개발했다. 향후 외부 LLM을 추가 도입해 임직원들이 다양한 AI 모델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들도 AX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체 AI를 개발하지 않은 경우 '기업형 AI'로 대체하고 있다. 기업형 AI는 '자체 구축형'과 '완제품 구독형'으로 나뉜다.
자체 구축형은 외부 LLM과 연계해 자사의 데이터와 업무 환경에 맞춰 AI 서비스를 설계·배포하는 방식이다.
반면 SK가 검토 중인 MS 365의 코파일럿이나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완제품 구독형에 해당한다. 자체 AI·기업형 AI 모두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사내에서 제한적으로 외부 LLM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AI로 업무 생산성·효율성↑, 보안 여전히 숙제…보안 장치에 업무 흐름 끊김 불만도
AI 적용 사례가 늘면서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지만 보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AI는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저장하는 특성이 있어 민감 정보나 자체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크다.
더욱이 보안 인식은 있으나 외부 LLM은 물론 자체 AI를 쓸 때도 보안 문서나 보안 프로그램이 수시로 작동해 업무 흐름이 끊기고, 결과적으로 AI 서비스 활용에 제약이 따른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기업이 외부 LLM을 사용하려면 여러 보안 장치를 함께 설치해야 한다. 화면 캡처와 복사·붙여넣기, 파일 업로드를 실시간 감시하는 '정보유출방지(DLP) 에이전트'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허용된 사이트만 접속되게 트래픽을 검사하는 웹 필터링·프록시 프로그램 △사내망을 거쳐 외부 접속을 우회시키는 가상사설망(VPN) 또는 망 분리 설루션 △백그라운드에서 상시 모니터링하는 엔드포인트 보안(EDR) 프로그램 등이 적용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구동되면 웹페이지 로딩과 AI 응답 속도는 물론, 타이핑 반응 속도까지 체감상 느려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웹 필터링 프로그램이 모든 요청을 한 번 더 검사한 뒤 통과시키는 구조여서 AI 서비스 응답 시간이 길어진다.
자동차업계에서 8년 차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A 씨는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AI를 사용 중이다. A 씨는 "특정 질문을 던졌을 때 AI가 민감하다고 자체 판단한 정보는 암호화해 버린다"며 "암호화한 내용을 해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 특성상 보안을 이유로 한번 입력한 데이터는 축적되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게 설계해 놓았는데, 그렇다 보니 업무상 매번 같은 질문을 해야 할 때가 있다"며 "문제는 AI가 같은 질문에 종종 다른 답변을 내놓을 때가 있는데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기업형 AI를 사용하는 외국계 기업 마케터 B 씨 역시 '보안 문제'를 가장 큰 불편함으로 꼽았다. 업무용 노트북으로는 회사에서 안전하다고 허용한 사이트만 접속이 가능한데, AI가 찾아주는 정보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C 씨의 경우 회사 승인을 받아 외부 LLM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C 씨는 "사측으로부터 회사에 민감한 내용은 입력하지 말라는 사전 안내를 받았는데, 도대체 어떤 내용이 기밀이고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회사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효과적인 AI 사용을 위해 데이터 등급 체계와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 AI 전문가는 "보안상 문제를 이유로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점점 사용자들과 업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은 사용자들이 효과적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등급 체계 구축 등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주고, 보안 프로그램 설치에 따른 속도 저하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younm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