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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소비하기 쉬운 시대는 없었다.
필요한 물건은 쿠팡이나 컬리에서 클릭 몇 번이면 주문이 끝나고, 다음 날이면 문 앞에 도착한다. 음식은 배달앱으로 24시간 주문할 수 있고, 해외 상품도 직구를 통해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 결제 역시 카드와 간편결제, 포인트는 물론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까지 등장하며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하지만 유독 보험만은 여전히 어렵다.
자동차보험이나 여행자보험처럼 비교적 단순한 상품도 약관을 들여다보면 쉽지 않다. 건강보험이나 종신보험, 변액보험처럼 보장 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일반 소비자는 물론 판매하는 설계사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입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어렵게 계약을 마쳐도 언더라이팅과 해피콜 등을 거쳐야 비로소 보험이 성립한다. 더 어려운 것은 보험금을 받을 때다. 자신이 어떤 보장을 가입했는지 확인하고 병원 서류를 발급받아 청구한 뒤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작됐지만 아직 모든 병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령층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보험은 소비자가 가장 힘든 순간 찾는 상품이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혹은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비로소 보험을 떠올린다. 그런데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보험은 여전히 어렵다.
보험업계는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신뢰는 광고나 마케팅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쉽게 가입하고, 쉽게 이해하고, 쉽게 보험금을 받는 경험이 반복될 때 비로소 쌓인다.
물론 보험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질병과 사고의 위험을 세분화해야 하고, 수십 년 동안 이어질 계약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복잡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보험도 이제는 '쉬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상품은 더 단순해지고 가입 절차는 더 간편해져야 하며, 보험금 청구 역시 소비자가 설명서를 찾아보지 않아도 될 만큼 직관적이어야 한다.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미니보험일 수 있다. 생활 속에서 필요한 위험만 쉽고 저렴하게 보장하는 상품을 통해 소비자가 보험을 어렵고 복잡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친숙한 서비스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이 '미니보험 천국'으로 불릴 만큼 다양한 생활밀착형 상품을 키운 것도 같은 이유다.
클릭 한 번이면 대부분의 소비가 끝나는 시대다. 보험만 여전히 어렵다면 소비자는 보험을 점점 멀리할 수밖에 없다. 보험이 쉬워질 때 비로소 소비자는 보험을 다시 믿게 될 것이다.
jcppark@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