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행복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사다리와 대응과제’에 따르면 전체 신규채용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이전(2014~2019년) 평균 36.9%에서 최근(2024~2026년)엔 29.3%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팬데믹이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이 큰 만큼 해당 기간은 제외했다고 한은 연구진은 덧붙였다.
기업들이 신규 인력을 뽑아 가르치기보다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는 가운데, AI의 확산이 사회 초년생이 할 수 있는 업무에서 높은 대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기술이 과거 인터넷에 비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와중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청년층에게 유독 가시적인 고용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4년간(2022년 6월~2026년 6월) 사라진 청년층 일자리 28만 5000개 중 94%에 달하는 26만 8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집중적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충분한 업무 경험을 가진 50대 고용은 오히려 17만 3000개 증가하며 대조를 이뤘다. 기술 변화가 숙련도가 낮은 사회초년생의 업무는 대체하는 반면, 경험이 풍부한 상급자의 생산성은 높여주는 이른바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게 한은 연구진의 설명이다.
AI는 신규 채용뿐만 아니라 기존 근로자의 이탈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AI 고노출 업종에서 실직한(미취업 상태) 사람은 2016~2019년 3만 7000명에서 2022년 7월~ 2026년 6월 4만 9000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청년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미취업 상태로 전환되는 유출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은 인구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근 청년층의 고용 유지 가능성도 약화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자료= 한국은행)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별로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갈렸다. AI가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컸던 반면,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증강’ 방식으로 활용하는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가 제한적이었다.
청년층의 학력에 따라서도 타격 정도에 차이가 있었다. 과거에는 4년제 대학 졸업자와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이 비슷했으나, 챗GPT 출시 이후 격차가 벌어지면서 4년제 대졸 청년층 실업률은 7.0%를 기록, 전문대졸 이하(5.4%)를 1.6%포인트 웃돌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챗GPT 출시 이전인 2019년 1월부터 2022년 10월 중에는 평균 4년제 대졸 이상 실업률이 8.2%, 전문대졸 이하가 8%로 큰 차이가 없었다”며 “생성형 AI가 대졸자들이 주로 수행하는 인지적·분석적 업무를 우선적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고학력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자료= 한국은행)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AI만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변화는 AI만의 직접적인 효과라기보다 팬데믹 이후의 과잉채용 정상화, 경력직 중심 채용 등 기존의 변화를 AI가 더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삼일 팀장은 “단순한 일자리 보전보다는 인력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경력 사다리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결국 주니어가 없으면 시니어가 안 생기는데 기업 입장에서도 생산성 비교를 넘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AI와 협업하며 숙련도를 높이는 새로운 직업훈련 도입 △단순 채용보조금 대신 멘토링과 교육을 지원하는 ‘경력 형성 지원금’으로의 전환 △기업이 과도하게 인력절감형 자동화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기술투자와 인적자본 투자 간의 정책적 유인 균형 점검 등을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