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회사채 막히자 메자닌 발행 러시…주가 꺾이면 ‘상환 부메랑’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전 05:00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발행이 지난해보다 70% 급증했다.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메자닌이 기업들의 대체 자금조달 수단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주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환 부담이 남아 기업의 유동성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인]회사채 막히자 메자닌 발행 러시…주가 꺾이면 ‘상환 부메랑’


18일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메자닌 누적 발행액은 총 8조64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조947억원보다 3조5545억원(69.8%) 증가했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금융상품으로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등이 해당한다. 투자자는 이자수익을 얻는 동시에 주가가 오르면 주식 전환이나 교환 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 메자닌 시장 확대는 CB가 이끌고 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CB 발행액은 7조35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772억원보다 약 2.6배(155%)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인 5조7029억원도 이미 넘어섰다.

BW 발행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325억원에서 올해 3333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EB 발행액은 2조1850억원에서 965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EB 발행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상법 개정 이전 기업들의 선제적인 발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은 BW가 2249억원, EB가 4조8043억원이었다.



◇회사채 금리 부담에 메자닌으로 이동

메자닌 발행이 급증한 것은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사업 여건이 좋지 않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단기 조달과 보유자산 유동화, 메자닌 등 대체 조달 수단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특히 CB는 투자자에게 주식 전환권을 제공하는 대신 일반 회사채보다 표면금리를 낮춰 발행할 수 있다. 신용도가 낮아 공모 회사채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기업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바탕으로 투자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주가가 올라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원금을 현금으로 갚지 않고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CB의 경우 사모 방식이 많아 공모 회사채보다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유연하게 운영자금이나 차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투자자 역시 채권의 이자수익을 확보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전환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CB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 하락시 풋옵션·차환 부담"

다만 주식 가격 급락으로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 투자자의 주식 전환 유인이 줄어들면서 CB 원금이 기업의 채무로 남게 된다. 투자자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면 당초 만기보다 이른 시점에 원금을 갚아야 해 기업의 단기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신규 CB를 발행해 기존 CB를 상환하는 차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전환가액을 낮추는 리픽싱이 반복되면 향후 발행될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잠재적인 매도 물량 증가가 주가 회복을 제약하고 다시 리픽싱과 차환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향후 주가 반등을 기대한 CB 투자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돈 상태에서 풋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면 주식 전환 대신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어, 발행 기업의 유동성과 차환 능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형인지 재무방어형인지…자금 조달 목적 살펴야"

증권가에서는 메자닌이 기업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개별 상품의 구조뿐 아니라 조달 자금의 용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표면금리를 0%로 설정한 CB 발행이 늘어나는 등 주가 상승과 주식 전환에 대한 기대가 투자 수요를 좌우하고 있는 만큼, 크레딧 투자자는 조달 자금이 사업 확대를 위한 ‘성장형 자금’인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재무방어형 자금’인지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세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이 성장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로 올해 CB를 발행한 한국항공우주와 현대건설을 들 수 있다”며 “각각 방산과 원자력 산업의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 수요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B는 발행 당시 부채로 반영되지만 향후 주식으로 전환되면 레버리지 비율이 개선될 수 있다”며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표면금리가 0%로 결정된 경우 발행사는 이자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회사채 시장 접근성이 낮은 기업이 운영자금이나 기존 채무 상환을 위해 CB를 발행했다면 상환 능력을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재무 방어 목적으로 CB를 발행하는 중소형 기업은 전환 가능성보다 상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리픽싱과 차환이 반복되거나 풋옵션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기업의 유동성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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