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쓴 로빈후드 체인…테네브 CEO "토큰화 슈퍼사이클 진입"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3:54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최대 온라인 가상자산 및 주식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 마켓츠(Robinhood Markets)를 이끌고 있는 블라드 테네브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이 주식을 소유하고 거래하는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제 막 ‘토큰화 슈퍼사이클(tokenization supercycle)’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미국 금융당국이 제도적 길을 터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라드 테네브 로빈후드 마켓츠 최고경영자(CEO)
블라드 테네브 로빈후드 마켓츠 최고경영자(CEO)
테네브는 18일(현지시간) 자신의 X에 게시한 글에서 로빈후드 체인(Robinhood Chain) 출시 이후 이 네트워크가 EVM(이더리움 가상머신) 기반 체인 가운데 가장 빠르게 누적 거래 1억건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 전 세계 120개국 이상의 이용자들이 190개가 넘는 미국 주식에 경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해당 토큰화 주식은 실제 기초주식으로 1대1 뒷받침된다고 설명했다.

로빈후드 체인은 아비트럼(Arbitrum) 기술을 이용해 구축한 퍼미션리스(permissionless) 방식의 이더리움 호환 레이어2 네트워크다. 토큰화된 실물연계자산(RWA)과 주식, 인공지능(AI) 기반 금융서비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이 네트워크는 로빈후드 월렛 앱을 통해 전 세계 120개국 이상에서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토큰화해 24시간 온체인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AI 에이전트와 고속 기계 간 거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100밀리초(ms)의 블록 생성시간을 통해 빠른 결제를 지원한다.

마침 이날 시장 분석업체 코베이시 레터는 올 들어 지금까지 온체인 토큰화 주식의 누적 거래액이 90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분기 대비 증가율은 207%를 넘어섰고, 연초 이후로는 800% 이상 급증했다.

코베이시 레터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24시간 연중무휴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에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강한 종목, 특히 메모리와 스토리지 관련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체인 주식 토큰화는 기존 주식의 경제적 가치를 그대로 추종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블록체인상의 토큰 자체가 공식적인 소유권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24시간 글로벌 거래, 주식의 소수점 단위 보유, 스마트계약을 이용한 자동화된 규제 준수 등이 가능해진다.

연도별 토큰화 주식 총 거래규모 추이
연도별 토큰화 주식 총 거래규모 추이
이에 테네브 CEO는 금융시장이 갈수록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구조로 전환하는 가운데 토큰화가 미국 금융시스템을 현대화하는 ‘최선의 경로’라고 주장했다. 테네브의 이 같은 낙관론은 로빈후드가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인프라와 토큰화 주식 서비스를 확대하는 가운데 나왔다. 나스닥도 미국 주식 거래시간을 하루 약 23시간까지 확대하는 새로운 야간 거래 세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테네브는 미국 내 주식 토큰화 논쟁의 핵심이 ‘토큰화가 실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가지고 있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이미 로빈후드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저렴하고 편리하게 주식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로빈후드의 주식 토큰(Stock Tokens)이 실제 증권으로 100% 뒷받침되고 배당금을 포함해 해당 주식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만, 투자자가 실제 주식을 직접 소유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인정했다.

그러나 테네브가 보는 더 큰 혁신은 다른 데 있다. 금융자산을 이동 가능하고(portable), 프로그래밍 가능하며(programmable), 자기수탁(self-custodiable)이 가능하고,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토큰화는 미국 금융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자산 소유의 꿈을 확대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테네브는 토큰화가 단순히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작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자산이 인터넷상의 정보처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소유권의 기반 인프라’ 자체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인프라가 미국 투자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시간 결제, 더욱 복원력 높은 시장, 24시간 거래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 투자자의 자산 통제권 확대, 금융 플랫폼 간 경쟁 촉진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로빈후드는 이미 미국 이외 지역에서 이 같은 접근법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규제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미국 증권법은 증권의 거래와 수탁, 청산, 주주 권리 등에 관한 여러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자산을 단순히 블록체인 위에 올린다고 해서 이러한 법적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테네브는 향후 규제가 허용한다면 토큰화 주식에도 기존 주식과 같은 전통적인 주주 권리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보는 토큰화의 대상도 상장주식에 그치지 않는다. 테네브는 그동안 유사한 구조를 이용해 비상장기업과 부동산처럼 거래와 투자 접근성이 제한된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언급해왔다.

결국 그의 주장은 미국 정책당국이 ‘토큰화 증권을 기존 자본시장 체계 안에 어떻게 편입할 것인가’에 대해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로 볼 수 있다.

테네브는 “미국 투자자들도 이러한 혁신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며 “결국 이들 자산 대부분은 미국 자산이고 로빈후드와 같은 미국 기업들이 혁신의 상당 부분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의 다른 국가들은 미국 자산을 기반으로 미래의 소유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데 정작 미국인들만 그 과정에서 소외된다면 이상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 규제당국이 토큰화 주식을 위한 제도적 길을 터줘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차세대 금융시장 인프라의 주도권을 해외 시장에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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