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유저 달랠 수 있나요?"…게임 투자 잣대 바뀐다[마켓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4:00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게임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경영진이 이용자와 얼마나 직접 소통하는지를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게임의 성패가 출시 시점이 아니라 출시 이후 운영, 이른바 '라이브 서비스' 단계에서 갈리는 사례가 반복되면서다.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19일 VC 업계에 따르면 게임 투자 전문 한 VC의 심사역 A씨는 최근 투자 검토를 요청한 업체들을 만났으나 투자를 고심하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업체 출신이지만, '게임 운영의 차질이 생겼을 경우 본인이 직접 등판해 유저들을 달래줄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쉽사리 답을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운영 대응이 실적을 정반대로 갈라놓은 사례가 잇따랐다. 엔씨소프트가 2025년 11월 19일 출시한 '아이온2'는 출시 100일간 라이브방송을 16차례 진행하며 개발 총괄이 직접 이용자 앞에 섰다.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 방송에서 잔존율(리텐션)이 80%를 넘겼다고 밝혔고, 올해 1월 방송에서는 서비스 46일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엔씨의 2025년 4분기 PC온라인 매출은 16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늘며 2017년 이후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소통 문화의 원형으로 꼽히던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는 인게임 경제와 보상 이슈가 겹치며 이용자가 대거 이탈했다. 지난해 4월 진행한 라이브방송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왔고,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은 연초 4%대에서 1.62%까지 떨어졌다. 스마일게이트알피지 감사보고서 기준 2024년 4758억원이던 로스트아크 매출은 2025년 2800억원 안팎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넥슨 '메이플 키우기'는 확률 오류를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 올해 1월 공동대표 명의 사과와 함께 출시 이후 결제액 전액을 환불했다. 넥슨 일본법인은 2월 주주 서한에서 환불에 따라 매출 약 140억엔(약 1300억원), 영업이익 약 70억엔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유저와의 소통 여부가 대형 게임사의 실적을 좌우한 셈이다.

유저와의 소통 문제가 게임의 성패로 이어지는 건 대형 게임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브컬처 수집형 RPG '트릭컬 리바이브'를 서비스하는 에피드게임즈가 대표적이다. 에피드게임즈는 유저들이 '교주'라고 부르는 게임 세계관에 맞춰 대표와 부대표가 직접 방송에 나와 이용자와 부딪치는 방식을 택했다.

성적은 뒤따라왔다. 에피드게임즈의 2025년 매출은 468억원으로 전년(216억원)의 두 배를 넘겼고,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1% 성장했다. 올해 4월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는 국내 5위, 일본 11위였고 글로벌을 포함한 트릭컬의 누적 매출은 약 1540억원(1억달러)으로 추산된다. 에피드게임즈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200억원대 투자 유치를 추진해 글로벌 기업 한 곳과 협상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전문 VC의 심사역 A씨는 "예전에는 개발력과 지식재산(IP), 팀의 이력을 봤다면 지금은 그 팀이 서비스를 굴려본 적이 있는지, 더 나아가 문제가 터졌을 때 대표가 직접 유저들과 격의 없이 소통할 능력이 있는지를 따로 확인한다"며 "라이브 대응이 매출 곡선을 바꾸는 걸 몇 차례 목격한 뒤로 심사 항목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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