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2026.8.19 © 뉴스1 박정호 기자
달러·원 환율이 14원 넘게 급락하며 10개월여 만에 1300원 대로 내려왔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3조 원 넘게 순매도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데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네고) 물량이 쏟아진 영향이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주간거래 종가보다 14.1원 내린 1397.7원에 거래 중이다.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0월 2일(1399.5원) 이후 약 10개월 반 만이다.
이날 환율 움직임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전문가들은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한 만큼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 환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 4800억 원 넘게 순매도했다. 통상 국내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져 환율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날은 주가와 환율의 동조화 현상이 깨지면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에도 원화 가치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환율 급락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 약화와 역내 달러 공급이 위험회피 심리를 압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장기금리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면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장기금리 상승은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공급 부담,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회사채 발행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재정 부담이나 채권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최근 발표된 물가와 고용지표도 연준의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만큼 연준은 연내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도 환율을 강하게 끌어내렸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네고물량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환율이 반등할 때마다 상단을 누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월말에 편중됐던 네고 물량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도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변경되면서 계절적 수급 부담에서 상시적인 요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환율을 1408~1421원으로 예상했고, 민 이코노미스트 역시 1410원~1420원대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환율은 1397.7원까지 내려오면서 시장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eo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