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국산무기 최초 美 수출 쾌거…아버지 '뚝심'+아들 '전략' 통했다

경제

뉴스1,

2026년 8월 19일, 오후 04:5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장남 김동관 수석부회장(왼쪽)이 2024년 11월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는 모습(자료사진. 한화그룹 제공). 2024.11.20.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세계 최강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에사상 처음으로 국산 무기 체계를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방산 수출을 향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뚝심'과 차륜형 자주포 수요를 일찌감치 내다본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전략'이 이번 쾌거로 이어졌다는 게 방산업계의 분석이다.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미 육군은 18일(현지시각) 경쟁 입찰 끝에 한화디펜스USA와 신형 기동 전술포(MTC·Mobile Tactical Cannon) 프로그램의 시제품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한화디펜스USA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미국 현지 방산 자회사로, 한화그룹의 미 육·해군 대상 방산 사업을 총괄한다.

특히 이번 수주는 독일 라인메탈과 영국 BAE시스템즈 등 글로벌 방산업체를 제치고 따낸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디펜스USA는 향후 4년간 최대 18문의 K9 차륜형 자주포를 시제품으로 공급한다. 6문의 시제품을 우선 공급하며 추가 12문을 옵션으로 인도하는 형태다. 전체 계약 규모는 2억 6200만 달러(약 3700억 원)다.

김 회장은 평소 방산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업으로 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술을 확보하라'고 주문해 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방산은 국가 기간 사업이며 내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오랜 신념이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의 방산 수출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국산 다연장체계로켓 천무 개발이다. 2000년대 초 방사청은 한화에 천무 선행 투자와 개발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당시 경영진은 국내 첫 무기 체계 독자 개발 부담과 실패 시 매몰 비용을 고려해 사업 참여 여부를 고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주국방 실현을 통한 방산 수출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영진을 설득했고, 한화는 2013년 천무 최종 개발에 성공했다.

김 회장의 방산 수출에 대한 의지는 장남 김 수석부회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4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수 당시 "한 나라가 독립 국가로 살아남기 위해선 식량, 에너지, 방산물자의 자립이 필요하다"며 인수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삼성테크윈은 두산 DST와 ㈜한화 방산부문과의 합병을 통해 2023년 지금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탈바꿈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K9 차륜형 자주포의 모습(자료사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김 수석부회장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자 차륜형 자주포에 대한 미군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당초 미 육군은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궤도형 자주포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그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도 궤도형이었다. 그러나 러·우 전쟁에서 장거리 병력 전개가 늘어나자 미 육군도 기동성이 높은 차륜형 자주포 개발로 자주포 사업 방향을 틀었다.

비슷한 시기 김 수석부회장도 국제 정세를 토대로 미군 내 차륜형 자주포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 실제로 2024년 3월 미 육군이 발표한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사업이 포함되며 김 수석부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예산안 발표 9개월 만인 2024년 12월 K9 차륜형 자주포 공식 개발에 돌입할 수 있었다.

김 회장과 김 수석부회장의 2대에 걸친 미국 네트워크도 이번 K9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공급 성과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재계 내 대표적인 미국통(通)으로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등 전직 미국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왔다. 또한 미국 정책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인 에드인 퓰너와는 4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며 수시로 국제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눠왔다.

김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아 참석했다. 캔들라이트 만찬, 스타라이트 무도회 등 VIP를 위한 행사에 모두 참석해 트럼프 정부 주요 각료인 마크 루비오 국무부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방산 역량을 소개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5년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및 만찬 무도회에 참석해 마이크 왈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눈 뒤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한화그룹 제공) 2025.1.22


seongskim@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