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번 달러 덕에 '환율 1400원대' 깨졌다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7:21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코스피 급락과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 중동 불안 등 악재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떨어졌다. 통상 환율을 끌어올리는 재료가 한꺼번에 터졌음에도 약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꾸준히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 약화로 달러화마저 힘을 잃으면서 환율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최근의 환율 하락을 일시적인 변동이 아닌 ‘기준선’이 낮아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달러 공급이 이어지고 달러 약세가 지속할 경우 1350원까지 환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인 매도·중동 불안도 못 막아…환율 1390원대로 ‘급락’

19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1원 하락한 1397.7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24일(1397.5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저치다. 장중에는 1396.0원까지 내려가면서 지난해 9월 24일(1392.7원) 이후 가장 낮았다.

눈에 띄는 것은 이날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움직임에도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코스피가 5% 넘게 급락하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4조원 가까이 순매도한 데다 중동 불안까지 커졌음에도 1400원 선이 무너졌다.

최근 환율 하락을 이끄는 가장 큰 힘으론 달라진 외환시장의 수급환경이 손꼽힌다.

지난달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 관련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꾸준히 시장에 내놓고 있다. 과거 월말에 집중됐던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최근에는 상시적으로 출회되는 모습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7월 이후 환율을 움직이는 수급 주체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기업들은 벌어들인 달러를 계속 팔아야 하는 입장으로, 하루 2억~4억달러 정도의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를 사려는 힘은 이전보다 많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외 여건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물가와 소비 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약해진 데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도 재정 불안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면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미·일 공동개입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점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1300원대 안착 가능성↑…다음 하단은 1350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안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달러 공급 우위가 얼마나 지속하느냐다.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달러 매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환율이 다시 1400원 위로 올라가기보다 1300원대에서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1300원대 안착을 위해서는 반도체의 고속 성장이 이어지면서 달러를 계속 벌어들일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주가, 금리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지 않는다면 8~9월에 1300원대 안착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1350원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300원대 안착을 예상하며 저점은 1350원 정도로 보고 있다”며 “9월 연준의 금리 동결로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낮아져 달러가 더 약해진다면 1350원 아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반등을 예상해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얼마나 유입될지, 달러 약세가 어느 정도 이어질지 역시 변수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환율 하락이 과도하다는 인식에 단기 상승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며 “3분기에는 수급이 환율을 끌어내리겠지만 4분기에는 달러 흐름이 추가 하락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1원 내린 1,397.7원에 거래를 마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1원 내린 1,397.7원에 거래를 마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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