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시내의 한 상호금융사 외벽에 주택담보대출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2026.8.19 © 뉴스1 박정호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가계빚이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돌파했다. 2분기 증가폭은 19분기 만에 최대치로 확대됐고, 주택 관련 대출뿐 아니라 주식 투자에 활용되는 신용대출·증권사 신용공여 등 기타대출도 크게 늘었다.
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두 배로 상향한 데다 서울 집값 상승세까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계빚의 절대 규모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이 커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이 2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분기 말 대비 증가액은 25조 9000억 원으로, 1분기 14조 8000억 원의 1.7배 수준으로 늘었다. 2021년 3분기 34조 8000억 원 증가 이후 19분기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신용은 2024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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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신용대출 나란히 증가…빚투가 밀어올렸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1891조 3000억 원으로 24조 9000억 원 늘었다.
상품별로는 개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을 더한 주택관련대출이 12조 2000억 원,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12조 8000억 원 늘어 두 항목이 비슷한 규모로 증가를 이끌었다.
가계대출 중 주택관련대출 비중은 63%(1190조 8000억 원)에 달해, 가계빚의 위험성을 가늠할 때 여전히 부동산 시장 흐름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주택관련대출 증가폭 확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 매매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앞서 분양된 아파트의 집단대출 수요도 더해졌다.
기타대출은 예금은행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를 중심으로 급증했다. 2분기까지 이어진 코스피 강세장을 타고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식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기타대출 증가액이 주택관련대출 증가액을 넘어선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5년 만이다. 당시에는 주택관련대출이 17조 6000억 원, 기타대출이 23조 5000억 원 각각 늘었다.
김성준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팀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신용공여는 2분기까지 주식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주식 투자 수요 관련 자금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과거에는 그렇게 많이 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소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25조 9000억 원 증가했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부동산 상승세 속 대출 완화 변수도
금리 인상기에 대출 증가세가 오히려 커진 가운데, 정부는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1.5%에서 3%로 두 배 상향했다.
전체 가계대출(약 1800조 원) 기준으로 연간 증가 여력이 30조 원에서 60조 원 수준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은 이 총량 목표에서 별도로 관리하기로 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차주 단위 규제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총량 목표를 수개월 만에 두 배로 높인 것 자체가 대출 완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1주(8월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6% 올라 전주보다 오름폭이 소폭 확대됐다.
7월 27일부터 8월 10일까지 2주간 누적으로는 서울 아파트값이 0.47% 올랐다. 그간 상승폭이 미미했던 중랑구가 이 기간 0.98% 뛰며 전국 상승률 1위에 오르는 등 외곽 지역까지 매수세가 번지는 '풍선효과' 조짐도 감지된다.
'빚투'를 뒷받침한 증시는 최근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6월 38조 원대까지 불어났다가 조정장을 거치며 7월 말 28조 원대로 줄었고, 이달 들어 지수가 반등하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은은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해 3분기 들어서는 기타대출 증가세가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성준 팀장은 "최근 3분기 들어서는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고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2분기처럼 그렇게 신용대출이나 이런 걸 활용해서 크게 늘어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 관련 대출이다. 가계빚의 63%를 차지하는 만큼, 총량규제 완화로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 등을 중심으로 주택 관련 대출이 다시 확대될 경우 기타대출이 진정되더라도 가계부채 증가세 자체는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팀장은 "재개발이라는 것이 빠른 시간에 쉽게 되는 게 아니라 상당히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 시점에 어느 규모로 이게 발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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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비율은 하락세…"위험신호로만 보기도 어려워"
다만 가계빚의 위험성은 절대 액수보다 경제 규모 대비 상대적 수준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관리 목표로 제시했다.
이 비율은 2024년 3분기까지 90%를 웃돌았으나 정부의 고강도 관리 기조 속에 하락하며 지난해 4분기 88.1%, 올해 1분기 85.3%까지 낮아졌다. 2분기 수치는 명목 GDP 확정치가 다음 달 8일 발표된 뒤 산출된다.
가계빚 절대 규모는 늘었지만 경제 성장 속도가 이를 앞지르면서 상대적 부담은 다소 완화되는 흐름인 셈이다. 김 팀장도 "GDP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 추세인 것은 맞다"며 "가계부채가 상당폭 관리되고 있는 데다 GDP가 상승한다면 당초 목표보다 빠른 시점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여전히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89.4%로 미국(68.0%), 일본(61.1%), 중국(59.0%)을 크게 웃돈다. 정부 목표선인 80%와도 아직 5%포인트 이상 차이가 있어, 증가 속도가 최근 다시 가팔라진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min785@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