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수익률에 가치관까지”…美 VC, ‘페이스 드리븐’ 투자 확산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7:16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과거에는 무엇에 투자하지 않을지를 봤다면, 이제는 어떤 창업자에게 투자할지를 본다."

최근 페이스 드리븐 투자(Faith-driven investing) 관련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국내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뿐 아니라 창업자의 신앙과 가치관까지 따져 투자하는 '페이스 드리븐 투자'가 미국 벤처캐피털(VC)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과거 술·담배·도박 등 종교적 가치와 맞지 않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창업자를 직접 찾아 투자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관련 VC들이 잇따라 신규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인공지능(AI)과 방산·보안 등 일반 기술기업으로 투자금 집행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와 운용사, 창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까지 등장하면서 페이스 드리븐 투자가 개별 투자 전략을 넘어 하나의 벤처투자 생태계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다.

[마켓인]“수익률에 가치관까지”…美 VC, ‘페이스 드리븐’ 투자 확산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페이스 드리븐 투자를 표방하는 VC와 투자자 네트워크가 빠르게 늘고 있다. 페이스 드리븐 투자는 재무적 수익을 기본 전제로 하되 창업자와 경영진의 가치관, 기업 운영 방식, 사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투자 판단에 반영하는 방식의 투자다. 최근에는 관련 운용사들이 신규 펀드를 조성한 뒤 AI와 방산·보안 등 일반 기술기업으로 실제 투자 집행에 나서고, 출자자(LP)와 운용사·창업자를 연결하는 별도 플랫폼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미국 소버린스캐피털이 꼽힌다. 소버린스캐피털은 지난 2024년 6000만달러(약 840억원) 규모의 4호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로, 회사는 해당 펀드를 통해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신앙 기반 창업팀이 이끄는 초기 기술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투자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소버린스캐피털은 최근 미국 방산 스타트업 아스카리디펜스의 900만달러(약 125억원) 규모 시드 투자에 참여했다. 아스카리는 휴대 가능한 자율형 드론 요격체계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빌더스VC가 투자를 주도하고 소버린스를 비롯해 스웰VC와 룰원벤처스 등이 함께 투자했다. 소버린스는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추면서도 팀이 신앙과 가치관을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계 초기 단계 임팩트 VC인 이글벤처펀드도 페이스 드리븐 투자에 적극적이다. 회사는 지난 3월 AI를 활용해 인신매매와 조직범죄 네트워크를 추적하는 다크워치의 시드 투자를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관련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5000만달러(약 70억원) 규모의 프리덤펀드 2호도 출범시켰다. 재무적 수익과 함께 기독교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회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창업자의 성품과 기업문화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 페이스 드리븐 VC도 늘고 있다. 예컨대 미국 일레븐트라이브스벤처스는 지난해 4600만달러(약 65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결성, 기독교적 가치관을 기업문화와 경영에 반영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정 종교 사업이나 기독교인 창업자만을 고르는 대신 창업자의 회복탄력성과 인간관계, 조직문화 등을 함께 살피면서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팀을 찾는 방식이다.

이처럼 투자 대상과 운용 전략이 구체화하면서 관련 자금을 연결하는 인프라도 함께 갖춰지고 있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투자에 반영하려는 투자자와 펀드매니저를 연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인 ‘페이스드리븐인베스터’는 창업자와 펀드 운용사가 투자 기회를 올리고 적격투자자가 이를 검토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자금을 모집 중인 펀드도 등록할 수 있고, 데모데이를 통해 실제 투자자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개별 VC가 투자 철학을 내세우는 수준을 넘어 LP와 운용사, 창업자를 잇는 자금 조달 구조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내 자본시장업계 한 관계자는 "AI 등 기술 발전으로 기업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미국 투자자들은 결국 회사를 이끄는 사람과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한 것 같다"며 "기술과 사업모델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질수록 창업자가 어떤 원칙으로 회사를 운영하는지가 투자 판단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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