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호조에도 고용 전망은 오히려 나빠졌다.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도 제자리걸음이 예상된다. 성장 혜택이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반도체 산업에만 편중된 탓이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고성장과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9일 KDI는 ‘2026년 8월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전망치를 3.2%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2.5%)보다 0.7%포인트를 올려 잡은 수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종전(1.7%)보다 0.5%포인트 높인 2.2%로 상향 조정했다.
성장률을 대폭 끌어올린 핵심 동력은 반도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폭발하면서 반도체 수출과 관련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성장률 상향 조정분 0.7%포인트 중 0.6%포인트가 반도체 부문 파급 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4.5%에서 8.6%로 4.1%포인트 상향했고, 반도체 중심의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3.3%에서 7.9%로 4.6%포인트 올렸다.
반도체 수출 호조는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종전 전망(2390억달러)보다 1207억달러 급증한 3597억달러로 제시했다. 역대 최대급 흑자다.
◇민간소비 증가율 2.2→2.3% 찔끔 상향 그쳐
문제는 반도체가 이끄는 높은 성장률이 경제 전반의 고용과 소득 개선 등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수출과 투자 규모에 비해 직접적인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산업이다. 여기에 건설업과 비반도체 제조업 등의 부진이 겹치면서 GDP 성장률 전망은 0.7%포인트 높아졌지만 취업자 증가 전망은 오히려 낮아지는 이례적인 엇박자가 나타났다.
고용 시장에서도 업종별로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이날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올 하반기 반도체 업종 고용은 전년 동기 대비 5.1%(8000명) 늘어 8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서민 일자리와 직결된 섬유업은 고용이 3.5%(5000명) 줄고, 석유·화학(-0.6%·3000명)과 자동차(-0.5%·2000명), 금속가공(-0.3%·1000명) 등 제조업 전반에서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
김미루 부장은 “성장률 수치 자체는 잠재성장률을 훌쩍 넘는 높은 수준이지만, 성과가 소수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에 집중되면서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실질총소득(GDI)이 급증했음에도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 10년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고성장 속에서도 물가와 금리 부담이 빠르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도 전망된다. KDI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2.7%, 2.2%로 유지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도는 만큼 통화정책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KDI는 통화정책에 대해 “당분간 중립금리(2%대 중반)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매파적(긴축 선호)인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한 반도체 공장(팹)에서 회사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