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급등에 '성장주' 직격탄…코스피에 드리운 먹구름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0일, 오전 06:00

19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6.8.19 © 뉴스1 박정호 기자

최근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일제히 치솟으면서 고점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시장에선 당분간 국채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증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283%로 2007년 6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8일에는 장중 5.337%까지 치솟았다. 한국 30년물 국고채 금리도 미국 시장과 동조하며 19일 기준 4.719%로 나타났다. 지난 18일에는 장중 4.787%까지 올라 2012년 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가 부각된 영향이 크다. 현재 미국의 총국가부채는 40조 달러(약 5경 5692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으며, 7월 재정 적자는 4320억 달러(약 601조 원)로 7월 기준 사상 최대다. 여기에 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 등이 더해지며 장기금리가 더욱 상승했다.

안전자산인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 상대적 위험자산인 주식은 매력이 떨어져 증시 하락으로 작용한다. 외국인이 위험 자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한국 주식 비중을 낮춰 코스피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래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성장주는 장기금리에 민감한데,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는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선 금리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천문학적 재정 적자를 메우려는 미국 정부가 장기 국채를 계속 발행하면서 이를 소화할 채권 시장의 여력은 줄어드는데, 빅테크 기업들도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을 벌이기 위해선 점점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우 높은 미국의 부채는 2029년까지 추가 상승이 전망되는데,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비용이 증가해 재정적자가 다시 확대되는 구조"라며 "최근 미국 장기물 금리 급등은 단순한 인플레이션을 넘어 높은 부채와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2026.8.19 © 뉴스1 구윤성 기자

특히 단기물보다 중·장기물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일 오르는 장기물 금리와 달리, 19일 기준 미국 3년물 국채 금리는 4.229%로 3개월 전인 5월 19일(4.205%)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시장이 통화정책보단 장기 재정 건전성 등 구조적 문제를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으로, 장기 채권 시장에서 통제력을 잃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실물 경제에서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3년물 이하 국채에는 (중앙은행의) 긴축 경로가 상당히 반영돼있지만, 10년물 이상 국채에는 정책금리보다는 국채 공급과 기간 프리미엄의 불확실성이 더 크게 남아있다"며 "이에 따라 금리 수준이 높아지더라도 수익률 곡선은 쉽게 평탄화되지 않고, 높은 변동성을 동반한 스티프닝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18일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2.952%로 1996년 8월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일본 장기금리가 높아지면 일본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해외 채권의 매력이 떨어져 자금을 환류(리패트리에이션)하고, 결국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전세계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일본 기관 투자자의 미국 국채 투자 수요가 줄어들어 미국 장기금리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낙관론도 있다. 최근 집중된 국채 발행 물량의 부담과 중동 긴장의 지속으로 금리가 안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집중적으로 발행된 국채 물량은 앞으로 크게 감소할 예정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변화를 고려하면 중동 긴장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에 금리도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 약세 방어 과정에서 나타난 미국과 일본의 공조, 장기채 수급 부담을 완화하려는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의지, 과묵한 워시 의장의 태도 등은 미국 국채 금리 안정화에 대한 정책당국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며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주식시장의 안도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