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2026.8.11 © 뉴스1 구윤성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대폭 상향하면서 한국 경제의 '3%대 성장' 전망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대 성장을 점쳤던 국제신용평가사와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반영해 전망치를 잇달아 3%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은행도 오는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기존 2.6%인 성장률 전망치를 상당 폭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 상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성장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반도체 호황이 고용과 가계소득, 내수 전반의 개선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으면서 높아진 성장률과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DI, 韓 성장률 연 '3.2%' 한은도 27일 상향 전망…해외 기관 줄상향 잇따라
20일 KDI '2026년 8월 경제전망 수정'에 따르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2.5%에서 3.2%로 0.7%포인트(p) 상향됐다. 정부 전망치인 3.0%를 웃돌고, 지난달 말 기준 해외 주요 IB 8곳의 평균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KDI는 전망치 상향분 0.7%p 가운데 약 0.6%p가 반도체 호황과 그 파급 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직접적인 반도체 수출 증가뿐 아니라 관련 설비투자 확대와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개선까지 반영한 결과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한국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빠르게 높여왔다. 무디스는 지난 2월 1.8%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월 2.5%로 올린 데 이어 이달 다시 3.5%로 상향했다. 반년 만에 전망치를 1.7%p 높인 셈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고급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를 현실적으로 대체할 기업이 제한적이라며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도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월 1.9%였던 전망치를 6월 2.9%로 1.0%p 높였다. 피치도 지난 1월 2.0%에서 6월 2.6%로 상향 조정했다. 예상보다 강한 상반기 성장과 AI 관련 반도체 수출 확대가 공통적인 상향 배경이다.
해외 IB의 전망치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IB 8곳의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말 2.0%에서 올해 1월 2.1%, 4월 2.4%, 5월 2.8%, 6월 3.0%, 7월 3.2%로 높아졌다.
지난달 말 기준 JP모건이 3.8%로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고 씨티 3.7%, HSBC 3.4%,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 각각 3.2%, 뱅크오브아메리카(BoA) 3.1%가 뒤를 이었다. UBS와 노무라는 각각 2.8%, 2.5%를 전망했다. 8곳 가운데 6곳이 3%대 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집계 대상 밖에서도 ING는 전망치를 3.0%에서 4.0%로 높였고,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 2월 1.0%에서 3월 1.6%, 4월 2.7%, 6월 4.0%로 연이어 상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에서 2.6%,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1.9%에서 2.6%로 전망치를 0.7%p씩 높였다.
한은도 전망 상향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1.8%에서 올해 2월 2.0%, 5월 2.6%로 잇달아 올렸다. 오는 27일에는 3%대 전망치를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5월에는 올해 성장률을 2.6%로 전망했지만 지금 판단으로는 2.6%는 너무 낮다"며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상당 폭 상향 조정된 전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6월에도 1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높아진 점을 언급하며 연간 전망치가 "기계적으로라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2분기 성장률(0.6%)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0.2%를 크게 웃돌면서 상향 폭이 더 커질 여지가 생겼다.
지난 30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홍콩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공동취재) © 뉴스1 김성진 기자
상반기 경상흑자 역대 최대지만…반도체 편중에 고용·체감경기 괴리
성장률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은 역대급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 1000만 달러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4배이자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한 연간 전망치 2500억 달러의 76.4%에 해당한다.
통관 기준 1~7월 누적 무역수지도 1680억 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달 1~10일에도 수출이 수입을 18억 달러 웃돌았다. 반도체 가격 급등과 수출 확대가 대규모 상품수지 흑자로 이어지면서 성장률 전망을 밀어 올렸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기존보다 1200억 달러 높인 3597억 달러로 제시했다. 내년에도 3562억 달러의 대규모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4.6%에서 8.7%로, 설비투자는 3.3%에서 7.9%로 각각 대폭 상향했다.
문제는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충분히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성장률 전망치를 0.7%p 높이면서도 올해 취업자 증가 폭 전망은 17만 명에서 11만 명으로 6만 명 낮췄다.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도체에 성장이 집중된 가운데 건설업과 비반도체 제조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도 2.2%에서 2.3%로 0.1%p 높이는 데 그쳤다. 반도체 기업과 종사자를 중심으로 소득이 크게 늘었지만 가계 전반의 체감경기 개선으로 확산되는 속도는 완만하다는 의미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기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도 있다. KDI는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경쟁국의 공급 확대에 따라 국내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3%대 성장이 가능해졌지만, 내수 부진 속에서 반도체에 의존하는 성장 구조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될 만큼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올해 성장률은 3%를 넘어설 것"이라면서도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