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력기기 3사의 올 6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3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9000억원)에 비해 54% 증가했다. 각 업체들은 이미 2028년 전후까지 생산 슬롯을 확보할 정도로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호황의 출발점은 미국이다. 미 빅테크업체의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제조업 리쇼어링에 따른 신규 전력 수요 급증을 비롯해 30~40년을 넘긴 변압기와 송전선로 교체 주기가 겹치면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전력을 장거리·대용량으로 보내던 초고압 변압기가 AI 전력 인프라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내부와 수용가들에게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배전 인프라 수요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처럼 전력설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 데이터센터용 변압기와 초고압 개폐기 납기가 수년씩 걸리는 등 공급 병목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국내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 변압기 누적 생산량 1000대를 달성했다. 2011년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 생산법인을 설립한 지 15년 만이다. 사진은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 변압기.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생산법인 증설에 나섰다. 미 앨라배마 공장 증설의 일환으로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제2공장을 구축 중에 있다. 내년 4월에 해당 공장이 준공돼 본격 가동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이 기존보다 50% 확대될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미국 내 초고압 송전망 구축을 위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765킬로볼트(kV)급 초고압 변압기의 시험·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공장 준공 이후에는 연간 약 2000억 원 규모의 매출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중공업도 최근에는 2300억원을 미국 현지 멤피스 공장에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하는 3차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완료하면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미국 최대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생산기지로 우뚝 서게 된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시장 내에서 확고한 사업 기반을 다지며 글로벌 전력기기 ‘빅4’의 위상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 미국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사진=효성중공업 제공)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는 관세와 물류비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초고압 변압기는 제품 하나의 무게가 수백톤에 달할 정도로 운송 부담이 크기 때문에 최종 수요처와 가까운 곳에 생산기지를 두는 것이 납기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느냐가 단순한 가격 경쟁 이상의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력기기 시장은 주문이 부족해서 고민하는 상황이 아니라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증설 시점과 생산 효율, 현지 공급망 확보 여부에 따라 업체별 성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6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시더시티에 위치한 ‘LS일렉트릭 유타’에 총 2500억 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증설 기공식을 열었다. 사진은 유타주 시더시티 ‘LS일렉트릭 유타’ 증설 기공식 현장에서 LS일렉트릭과 유타주 관계자들이 증설 첫 삽을 뜨는 행사를 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