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잔금대출 공급' 주문 하루만에…은행권 한도 푼다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0일, 오전 11:19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9 © 뉴스1 박세연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입주 단지를 중심으로 벌어진 잔금대출 '선착순·오픈런'을 해소하기 위해 집단대출의 공격적인 공급을 주문한 지 하루 만에 주요 은행들이 단지별로 설정했던 대출 한도를 풀기 시작했다.

금융회사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을 별도 관리하기로 하면서 은행들이 총량 부담을 덜게 된 영향이다. 일부 은행은 잔금대출 금리까지 낮추면서 집단대출 유치 경쟁도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에 배정했던 1000억 원 규모의 잔금대출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대출 신청을 받기로 했다. KB국민은행도 단지별 별도 한도를 두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디에이치방배에 각각 1000억 원 규모의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다. 한정된 한도를 선착순으로 소진하는 방식이어서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대출 신청을 서둘러야 한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1000억 원이라는 단지별 한도에 얽매이지 않고 대출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선착순 대출'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전날 시중·지방·인터넷전문·특수은행 여신담당자들을 불러 잔금대출 오픈런 해소를 위해 집단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해 달라고 주문한 지 하루 만이다.

금융당국은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3.0%에는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집단대출, 정책모기지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개별 금융회사별 총량을 관리할 때는 집단대출을 별도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쉽게 말해 은행별로 추가 가계대출 총량이 얼마나 배정되든 집단대출 수요만큼은 총량 부담을 이유로 공급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정 은행에 집단대출 수요가 몰려 가계대출이 목표치를 웃돌더라도 이를 기계적으로 총량 관리 실패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디에이치방배뿐 아니라 향후 입주를 앞둔 다른 단지에서도 은행들이 단지별 잔금대출 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집단대출 금리 경쟁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날부터 디에이치방배 잔금대출 금리를 0.1%포인트(p) 인하해 다른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은행들이 단지별 공급 한도를 풀더라도 개별 차주의 대출 한도까지 공격적으로 늘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히 분양가와 입주 시점 시세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감정가가 아닌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집단대출이 금융회사별 총량 관리에서는 별도 관리되더라도 은행들이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대출을 늘릴 경우 금융당국이 경계하는 '과당 경쟁'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통상 잔금대출은 입주 시점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한도를 산정한다. 하지만 디에이치방배처럼 분양가와 현재 시세 간 격차가 큰 단지는 감정가를 적용할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디에이치방배 전용면적 84㎡의 최고 분양가는 약 22억4000만 원이다. 현재 호가는 35억 원 이상이며 최근에는 입주권이 39억3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감정가가 현재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산정될 경우 담보가치가 크게 높아지는 만큼 분양가를 적용할 때보다 대출 가능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가운데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감정가의 50%를 내부 한도로 적용하되 실제 대출 실행액은 차주별 잔금 필요액 등을 별도로 심사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금융회사별 총량 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하기로 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공급 여력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다만 개별 차주의 대출 한도는 담보가치와 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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