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상반기 28조 자금이탈…33년만에 역대급 '머니무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0일, 오후 05:25

[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10년 가까이 상호금융을 이용했던 경기도민 최모(43세)씨는 최근 시중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옮겼다. 최씨는 “연봉이 오르면서 예탁금 비과세 혜택을 못 보게 됐다”면서 “예금금리도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이동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연말 상호금융에 있는 적금 만기가 도래하면 이 자금도 시중은행으로 옮길 예정이다.

예·적금 금리가 떨어지고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면서 상호금융이 수신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수신이 늘어날 정도로 수요가 탄탄했던터라 이런 변화가 더욱 심상치 않다는 평가다. 상호금융은 3년 전만 해도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우려된다며 금융당국 감시를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남은 고객을 잡아두기도 빠듯한 모양새다.

상호금융 수신 잔액이 반기 만에 27.8조원 감소했다.(사진=이데일리DB)
상호금융 수신 잔액이 반기 만에 27.8조원 감소했다.(사진=이데일리DB)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상호금융 수신 잔액은 903조41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7조8193억원 감소했다. 예금금리를 4%대로 올렸음에도 상반기에만 3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상호금융권 반기 기준 수신 규모가 줄어든 건 33년 만이다. 6월 들어 1년 만기 예금금리가 시중은행과 비슷한 3% 초·중반을 형성하자 추가 고객 이탈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탁금 비과세는 상호금융 고객이 누리는 이점 중 하나였다.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예탁금 3000만원까지 세금을 면제 받았다. 이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도 상호금융 수신 상품을 선호했다. 그러다 올해부터 연봉 7000만원이 넘는 상호금융 조합원은 예탁금에 대해 이자·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출자금 비과세 혜택도 연봉 7000만원 이상이면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래전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상호금융 조합원이 된 A씨도 조합원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 장사를 시작하며 지역 상호금융에 출자해 거래를 텄지만 혜택이 줄줄이 감소하면서 굳이 조합원 위치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자금 유인할 요인이 다소 사라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 예금은 불어나고 있다. 국내 예금은행의 총예금(요구불예금 포함)은 2281조489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92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수신 잔액도 100조3558억원으로 1조3771억원 증가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상호금융권에는 부담이다. 이미 예금금리 격차가 줄어든 상황에서 은행이 금리를 더 올리면 상호금융이 고객을 붙잡기 위해 추가 예금금리 인상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높은 금리와 비과세 혜택만으로도 상호금융을 찾는 고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금리뿐 아니라 세제 혜택과 거래 편의성까지 함께 비교하는 분위기”라며 “금리가 비슷하다면 주거래은행에 자금을 맡기려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상호금융 수신 감소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지속될 때부터 면밀히 보고 있다가 6월 말 수신 감소 통계가 나온 후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면서 “수신이 회복될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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