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에 전력수요 27GW↑…'원전 19기' 규모, 추가 원전 논의 본격화(종합)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0일, 오후 05:43

지난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 현장 모습.© 뉴스1 청사사진기자단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신규 투자계획을 반영하면서 2040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이 불과 4개월 만에 약 27기가와트(GW) 늘었다. 대형 원전(AP1400) 설비용량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19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늘어난 전력수요를 원전만으로 공급한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망을 어떻게 조합할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첨단산업 추가 수요 종전 최대 4GW→24.6GW…"삼전닉스 장기투자 계획 구체적"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제5차 '전력수요 재전망' 정책토론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2040년 최대전력 목표수요를 158.4~165.0GW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잠정 전망 131.8~138.2GW보다 26.6~26.8GW 증가했다.

기준 시나리오는 현재의 경제성장 흐름이 유지되고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계획대로 이행되는 경우다. 상향 시나리오는 AI 확산과 경제구조 개혁에 따른 낙관적인 경제성장과 보다 빠른 탄소중립 이행을 전제로 한다.

이번 재전망치에는 3대 메가 프로젝트뿐 아니라 높아진 경제성장 전망도 이번 재전망에 반영됐다. KDI의 6월 재전망에 따라 2026~2040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기준 시나리오가 0.96%에서 1.02%, 상향 시나리오는 1.29%에서 1.36%로 높아졌다.

20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4차 '전기국가' 토론회에서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좌장) 주제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등이 참여했다. 2026.8.20 © 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연간 전력소비량도 기존 657.6~694.1테라와트시(TWh)에서 847.3~885.1TWh로 189.7~191.0TWh 늘었다. 11차 전기본 최종연도인 2038년 전망치 624.5TWh와 단순 비교하면 최대 260.6TWh 많다. 현재 전력시장 안팎의 수요를 합친 역대 최대 전력수요가 약 104GW인 점을 감안하면 2040년에는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시기의 수요가 현재 최고치의 약 1.5배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이마저도 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등 수요관리와 부하 이전을 전제로 한 목표 수요다. 이런 수요관리 효과를 반영하기 전 최대전력 기준 수요는 179.2~186.4GW에 달한다. 연간 전력소비량 기준수요도 986.3~1026.6TWh로 전망됐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서 나왔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2040년 최대전력 추가수요는 종전 3.7~4.0GW에서 24.3~24.6GW로 약 20.6GW 늘었다. 용인 클러스터 조기 준공과 호남권 신규 클러스터, 평택·청주 팹 증설 등을 재조사한 결과 기업들이 제시한 계약전력 잠재량은 약 40GW였고, 이 가운데 36.8GW를 이번 전망에 우선 반영했다.

최용옥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수요를 대폭 반영한 데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선도기업으로 장기 투자계획의 구체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의 최대전력 추가수요도 종전 4.0GW에서 11.9GW로 7.9GW 확대됐다. 기업들이 제시한 2040년 투자계획은 총 20.8GW지만 불확실성을 감안해 1단계 10.8GW만 우선 검토하고, 2단계 10GW는 사업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차기 전기본에서 반영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계획은 반도체보다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현시점에 계획이 구체화한 1단계 수요를 우선 반영하고 2단계는 향후 사업 진행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1차 전기본 송변전 사업 55% 지연…'전기 병목' 해결 과제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면서 공급 측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열린 제4차 '전기국가' 토론회에서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의 신규 전력수요가 약 38.4GW, 연간 약 260TWh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정부 목표대로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까지 늘려도 태양광 80GW와 풍력 20GW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연간 약 150TWh로 추산됐다. 이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서 예상되는 신규 전력수요 약 260TWh의 58% 수준이다. 메가프로젝트 추가 수요 260TWh를 재생에너지만으로 공급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약 173GW가 필요해 100GW 달성 이후에도 73GW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원전과 ESS·양수 등 무탄소·유연성 자원을 함께 확보하고 발전설비와 전력망의 건설 시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송·변전설비 사업 54건 가운데 30건, 약 55%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발전량을 확보해도 필요한 곳까지 전기를 보내지 못하는 병목을 함께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외에 원전을 추가할지 여부를 12차 전기본 논의 과정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최근 "여전히 최대 관심사는 원전을 할 거냐 말 거냐, 한다면 몇 개 정도를 추가로 할 거냐는 것"이라며 신규 원전을 에너지믹스의 핵심 쟁점으로 꼽은 바 있다.

김 장관은 이날 "2040년까지 전력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나치게 과대하게 예측해서는 안 되겠지만 과소 예측해 발전력을 준비하지 못하면 생기는 여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2040년까지 최대 전력 수요 전망(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 뉴스1

수요 전망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장은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기반으로 한 불투명한 계획"이라며 "불확실한 수요를 3개월 만에 반영해 첨단산업 수요 전망을 6배로 늘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도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의 구체성과 불확실성을 나눠 반영한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AI 데이터센터가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차 전기본 수립을 위한 6차 토론회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열린다. 정부는 8~9월 추가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 10월께 12차 전기본 정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가스발전, ESS 등 발전원 구성과 전력망 확충 규모를 정하는 과정에서 신규 원전의 필요성과 규모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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