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퐁피두 그림 보며 등급 설명?…한신평 ‘비공개 세미나’ 논란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1일, 오전 05:00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김연서 기자]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소수의 자산운용사만 초청해 63빌딩 내 퐁피두센터 투어와 담당 애널리스트의 질의응답을 결합한 비공개 세미나를 운영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 기관의 사전 요청에 따라 담당 애널리스트가 직접 나서 1대1 맞춤형 답변을 내놓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비공개 밀실 행사 특성상 일부 운용사에만 미공개 정보나 향후 평가 방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접근의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퐁피두센터 한화. (사진=한화)
퐁피두센터 한화. (사진=한화)


2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신평은 최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사이트 세션'이라는 이름의 비공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다수 기관을 대상으로 원론적인 내용을 다루는 기존 공개 세미나나 설명회와 달리 운용사별 관심사에 맞춰 깊이 있는 질의응답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개별 기관투자자를 초대해 비공개 방식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신용평가사 중 한신평이 최초다.

세션은 여의도 63빌딩 한신평 미팅룸에서 진행된다. 참석 기관이 원하는 업종과 기업, 그룹, 시장 이슈 등을 사전에 전달하면 해당 분야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직접 나서 질문에 답한다. 오전과 오후 세션으로 나뉘며 식사와 문화 행사도 함께 제공된다. 오전 세션 참석자에게는 점심식사와 함께 희망자에 한해 한화 퐁피두센터 관람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오후 세션은 종료 후 미술관 관람으로 이어진다. 인사이트 세션은 오는 8월 말까지 예약이 모두 찰 만큼 운용사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비공개 소수정예로 진행되는 만큼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등급 액션이나 향후 평가 방향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오갈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관리와 내부통제 기준 위반 소지를 제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참석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향후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어 좋겠지만 신평사가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드는지 의문”이라며 비공개 행사 구조가 갖는 위험을 우려했다. 밀도 있는 대화가 오가는 과정에서 향후 평가 방향성에 대한 민감한 힌트가 흘러나올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034950)와 NICE신용평가도 한신평과 유사한 밀착형 행사 개최를 검토했으나 이 같은 우려로 전면 백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칫 금융감독원 수시검사 등 당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한기평과 나신평이 일찌감치 선을 긋고 관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용평가업계에서 시도된 바 없는 이례적인 영업 방식”이라며 “시장 참여자와의 접점이 강해질수록 정보 비대칭 논란 등 리스크 관리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한신평이 이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례적인 밀착 마케팅에 나선 배경으로 상반기 금융투자협회 신용평가사 역량평가 결과를 꼽는다. 당시 평가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한신평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강수를 뒀다는 해석이다.

지난 6월 금투협이 발표한 ‘2026년도 신용평가회사 역량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신평은 신용등급 정확성 부문에서 국내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정성평가 결과 3.76점을 얻는 데 그쳐 한기평(3.80점)과 나신평(3.89점)에 밀려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한신평 관계자는 “기존에 각 운용사를 직접 방문해 진행하던 설명회 장소를 63빌딩으로 옮겨 문화행사와 결합한 것일 뿐”이라며 “애널리스트와 운용역들의 성향에 따라 많은 얘기가 오갈 수 있지만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