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부산·전남 뿔뿔이 흩어지나…금융공기관 워킹맘들 '멘붕'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2일, 오전 07:00

정부세종청사 전경 자료사진 2023.5.15 © 뉴스1 김기남 기자

정부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관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서울 소재 본사에서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해 온 '워킹맘'과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강한 우려와 상실감이 감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세종 이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산은·수은·기은·예금보험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와 농협, 수협 등은 세종을 포함해 부산과 전남 광주·나주 등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정부가 이르면 이달 25일 발표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발표 전부터 심각한 동요가 감지된다. 근무지가 지방으로 변경되면 당장 '주말부부'를 택하거나 가족 전체가 이사해야 하는 등 삶의 기반을 흔드는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공기관에 재직 중인 워킹맘 A씨는 "아빠가 지방 근무를 하는 것과 엄마가 내려가는 것은 육아 환경 차원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엄마가 주말에만 집을 찾아 아이를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가족 전체가 이동하려 해도 자녀 교육 문제는 물론 기존에 돌봄을 도와주시던 조부모까지 함께 움직여야 해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결혼한 국책은행 직원 B씨 역시 "1~2년 한시적으로 지방 순환근무를 다녀오는 것과 본점 자체가 지방으로 영구 이전하는 것은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며 "당장 거주지를 어디에 마련해야 할지, 아이가 태어나면 주말부부로 키워야 할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부처를 거쳐 어렵게 서울로 전입한 공무원들의 허탈감도 크다. 공무원 C씨는 "그동안 세종 등 지방 부처에서 금융위 같은 서울 소재 부처로 모집 공고가 나면 수십 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다"며 "육아나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문제 등으로 서울 생활권이 절실해 바늘구멍을 뚫고 올라왔는데, 다시 짐을 싸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2023년 2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융위원회의 불법적인 산업은행 이전 추진 규탄 기자회견 및 이전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3.2.16 © 뉴스1 이승배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방으로 가느니 차라리 이직하겠다"는 반발마저 터져 나온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추진되던 지난 2023년 당시, 연간 30명 안팎이던 자발적 퇴직자 수가 100명 수준으로 급증하며 핵심 인력 유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민간 금융회사로 이탈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기업은행 역시 선거철마다 지방 이전설이 불거지며 조직적 불안을 키워왔다. 전체 직원 약 1만 5000명 중 본점 근무 인원은 2000명 안팎이어서 당장 대규모 사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신입 채용 경쟁력과 조직 역량 약화는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와 비교해 연봉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본점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면 우수 인재 확보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핵심 에이스 인력이 민간으로 이탈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번에는 주요 기관이 전방위로 이전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직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관측도 공존한다. 2023년에는 산업은행만 단독으로 추진되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는 데 선택지가 비교적 넓었지만, 이번에는 '서울 잔류 최소화'에 방점이 찍힌 데다 금융권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과 인력 효율화 기조로 채용 시장 자체가 경색됐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이전이 현실화하면 이탈하려는 A급 인재가 쏟아져 나오겠지만, 처우 눈높이에 맞는 자리를 찾기는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울 것"이라며 "현재 주요 금융사들이 원하고 충원하려는 인력은 대부분 IT·개발 인력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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