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순수전기차 '루체'를 진공청소기와 합성한 이미지 (사진=레딧 캡처)
루체의 디자인이 처음 공개되자 전 세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페라리 특유의 날렵하고 관능적인 자태는 온데간데없고, 슈퍼카 회사가 난데없이 거대한 가전제품을 내놨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사실 이런 굴욕을 당한 것은 페라리뿐만이 아니다. 벤츠의 전기 세단 EQS는 매끈한 곡선형 차체 때문에 ‘컴퓨터 마우스’ ‘비누’를 닮았다는 놀림을 받았고,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는 ‘다리미’, 혼다e는 ‘토스터기’ 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숱한 최신 전기차가 도로에 나오자마자 가전제품으로 강제 전직을 당한 셈이다.
현대자동차의 순수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사진=현대차)
결국 자동차 회사들은 한정된 전력으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달리기 위해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골몰한다. 전면부를 낮고 둥글게 다듬고, 보닛-지붕-트렁크를 하나의 완만한 곡선으로 잇는다. 멋과 개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주행거리 1km를 더 챙기는 편이 제조사로서는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다.
BMW의 순수 전기차 'BMW i3' (사진=BMW)
바닥에 깔린 배터리도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대다수 전기차는 크고 평평한 배터리 팩을 차체 바닥에 배치한다. 무게중심을 낮추고 실내 공간을 넓히는 데는 유리하지만, 배터리 두께만큼 바닥이 높아지고 차체도 두툼해지기 쉽다. 이렇게 배터리로 한껏 불어난 몸통을 다시 공기역학적인 곡선으로 다듬다 보면 그동안 내연기관차에서는 볼 수 없던 어딘가 어색한 실루엣이 완성된다.
혼다의 도시형 순수 전기차 '혼다e' (사진=혼다)
지금은 주행거리를 1km라도 늘리는 게 아쉬운 지경이지만, 훗날 배터리 기술이 발전해 주행거리 불안이 줄면 공력 성능을 양보하고 개성을 선택할 여유도 생길 것이다. 오늘날 논란의 전기차들은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려다 비슷한 모습으로 수렴한 과도기의 산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포르쉐의 순수 전기 세단 포르쉐 타이칸 (사진=포르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