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서민금융 청구서 내미는 정치권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3일, 오후 06:04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책금융 상품에 대한 금융권 출연을 확대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금융권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내걸린 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내걸린 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23일 국회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사의 서민금융보완계정 출연 의무 조항의 유효 기간을 5년 연장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 서민금융보완계정은 햇살론(저신용·저소득 서민금융 상품) 등 정책금융 재원으로 쓰이는 기금이다.

서민금융법에 따르면 각 은행은 가계대출 잔액의 0.1%를, 비은행 금융사는 신용보증금액의 0.045%를 서민금융보완계정에 의무 출연해야 한다. 이렇게 금융권이 출연한 금액이 지난해 말 기준 4396억원에 이른다. 전체 계정의 절반이 넘는다. 서민금융보완계정 의무 출연 규정은 오는 10월 일몰될 예정이었으나 김 의원 법안이 통과되면 일몰 시점이 2031년까지 늦춰진다. 서민금융 지원을 중단 없이 이어가기 위해선 일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 의원 측 설명이다.

금융사에 서민금융 재원을 압박하는 법안은 이뿐이 아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서민금융보완계정 출연요율을 0.2~0.3%로 높이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금보다 두세 배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금융권의 서민금융보완계정 출연 일몰 규정을 없애는 법안을 냈다. 은행권은 이 같은 법안이 현실화하면 비용 관리에 부담이 과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여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를 위한 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정부뿐 아니라 금융권 상시 출연도 명문화해서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잖아도 최근 정부에서 포용금융을 강조하면서 금융권 부담은 커지던 차였다. 5대 금융지주(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는 정부의 금융 소외 해소 정책에 발맞춰 2030년까지 70조원에 이르는 포용금융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올 초 발표했다. 서민금융이나 포용금융의 경우 중·저신용자가 주 수요층인 만큼 금융권으로선 대출 건전성 관리가 다른 상품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금융이나 포용금융 모두 그 정의가 애매한 개념”이라며 “애매모호한 개념을 갖고 은행에 상품 공급을 강요하면 대출을 부실화하고 연체율이 올라갈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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