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민병덕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세미나에서 JPYC와 만나 “스타트업이 엔화 스테이블코인 최초 발행 기업이 된 것은 정말 대단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JPYC는 금융당국 인가를 받아 작년 10월부터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최초 발행한 스타트업이다. 이날 민 의원은 JPYC 측에 “어떻게 스타트업이 최초 발행사가 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민병덕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2시간 가량 열린 ‘금융질서 대전환과 K-스테이블코인 발행 성공방정식’ 세미나(주최 민주당 민병덕·이강일·강준현·김현정 의원 및 한국경제연구원) 내내 자리를 지킨 뒤 세미나 직후 쇼타 사이토(맨오른쪽) JPYC 총괄과 만나 일본의 스타트업 혁신 배경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두 번째는 금융당국과의 지속적인 ‘소통’이다. 쇼타 사이토 총괄은 “금융당국과 지속적이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기 때문에 최초 발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JPYC가 이 기간 중에 일본 금융청에 제출한 서류만 200종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일 당국과 앞으로의 내용까지 포함해 긴밀해 논의했고, 이런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안정성과 신뢰를 쌓는 밑거름이 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최초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되는 과정에서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의 반발은 없었을까. JPYC는 이같은 세 번째 질문에 대해 △JPYC가 1호 발행사를 준비해온 ‘프론티어’로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던 점 △일본 정부가 금융의 혁신을 위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 점 △JPYC가 은행의 적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점을 각인시킨 점 등을 강조해 시장 내 반발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답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뿐 아니라 국내 금융 스타트업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현 조각투자 구조를 최초 설계한 국내 1호 조각투자 스타트업, 충청권 유일의 핀테크 기업인 루센트블록을 둘러싼 정책 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루센트블록은 1112개 이상의 규제 샌드박스 참여 기업 중 관련 사업을 초기에 시작해 7년여간 유지해온 ‘프론티어’ 스타트업이다.
그동안 루센트블록은 △35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이용자 50만명을 유치해 누적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금융사고 없이 발행·유통해 온 ‘경험’ △조각투자 샌드박스에 참여해 안정적이고 신뢰받는 서비스를 위해 금융당국과 수년간 지속적으로 ‘소통’한 점 △하나증권 등 다양한 전통 금융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 등에서 JPYC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금융당국의 결정이다. 물론 혁신보다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금융위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KDX·NXT컨소시엄보다 작은 스타트업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인가해줬다가 금융사고가 터지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게 금융위의 최대 고민 중 하나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 이후 금융위가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는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이런 와중에 루센트블록에 특혜를 주는 거냐”는 시장 반발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사진=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박용진 부위원장 페북)
박 부위원장은 한성숙 국무총리,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등과 루센트블록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추가신청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혜성 자동 인가를 해주자는 것이 아니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한 루센트블록에 한 번 더 도전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참조 이데일리 8월18일자 <루센트블록 만난 박용진 “‘본게임’ 기회 줘야…금주 한성숙·권대영과 논의”> )
또 하나 고민해볼 문제는 지금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은 ‘조각투자 금융사고’가 아니라 ‘조각투자 개점휴업’이라는 점이다. 내년 2월 토큰증권발행(STO)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받은 KDX와 NXT컨소시엄은 지난 10일 금융위에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관련 기업들의 최대 고민은 ‘이대로 가면 내년에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해도 투자자들 관심이 거의 없을 텐데, 어떻게 수익성 있는 상품을 내놓을 것인가’다. 이렇게 시장 파이가 작은 상황에서 루센트블록까지 뛰어든다고 하니, 업계 의견을 들어보면 대부분 루센트블록에 대한 부정적인 뒷담화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각투자 시장 개점휴업 사태를 막기 위한 한 방법으로 루센트블록을 통한 ‘메기 효과’를 고려해봤으면 한다.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레드오션이 되는 게 아니라 경쟁을 촉진해 시장 전체의 상품과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에 본사를 둔 루센트블록의 직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세영 대표는 "루센트블록 직원 평균 나이는 29세로 직원 약 20%가 근무 중에 결혼을 했고 대부분이 출산을 했다. 요즘 같이 출산율과 혼인율이 저조한 시기에 큰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허세영 대표 페북)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들과 만나 “실패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다”며 “과감히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이 실현되려면 청년 스타트업이 실패 이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사례, 청년들이 정부를 믿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선례가 필요하다.
루센트블록이 이 선례가 될 것이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 루센트블록 스스로도 책임 있고 신뢰받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그럼에도 박용진 부위원장과 금융위, 루센트블록 관련 기사를 쓰는 이유는 루센트블록이 지난 7년여간 보여준 진정성 있는 행보가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다. 일본의 스타트업 JPYC가 해낸 일을,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이 못할 이유도 없지 않겠나.
루센트블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