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농심 ‘신라면 그린’. 육류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표고버섯과 튀긴 두부 등을 활용한 채식 신라면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제품은 현지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에서만 파는 제품이다. 현재 국내서 판매 중인 비건 라면 순라면과는 다른 제품이다. 순라면이 건면을 쓴 담백한 콘셉트라면 그린은 신라면 특유의 매콤한 맛을 그대로 살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미국 시장의 비건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출시했다.
봉지 뒷면부터 국내 제품과 달랐다. 물 500㎖에 4분 30초. 국내 신라면 조리법(550㎖)보다 물이 50㎖ 적다. 그 옆에는 현지인 입맛을 고려해 면 익힘 정도를 알덴테와 미디엄, 소프트로 나눠 각각 4분과 4분 30초, 5분으로 표기한 그래프가 붙어 있었다. 전자레인지 조리법도 큼직한 그림으로 따로 안내했는데 상온수 450㎖를 붓고 1000W에서 7분을 돌리는 방식이었다.
농심 ‘신라면 그린’ 봉지 뒷면에 적힌 조리법. 면 익힘 정도에 따라 4~5분으로 조리 시간을 달리 안내하고 전자레인지 조리법도 별도로 표기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솔직히 기대를 접고 끓였다. 비건이라고 하면 맑고 밋밋한 국물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표준 조리법대로 4분 30초를 지켜 불을 끄고 첫 모금을 떠먹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생각보다 맛이 깊었다. 고기 육수를 뺐다는데도 맵기는 일반 신라면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가장 먼저 올라오는 것은 표고버섯 향이다. 여기에 면이 살짝 녹아든 국물이 뒤를 받치며 농도를 끌어올렸다. 걱정했던 고수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들깨가루처럼 조금 얹힌 정도다. 처음엔 다소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국물을 머금은 유부와 큼직한 표고도 씹는 맛을 더했다. 면도 한국 신라면보다 살짝 얇았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도드라졌다. 특히 국물이 면에 잘 배어들었다.
농심 ‘신라면 그린’의 면과 스프 구성. 붉은 분말스프와 건조 고수·버섯 등이 들어간 별도 스프, 표고버섯·튀긴 두부 건더기가 들어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최근 라면업계에서는 해외 전용으로 만든 제품이 국내에서 역주행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농심이 지난 6월 일본 세븐일레븐에 내놓은 삼계탕사발면이 대표적이다. 현지 판매가 188엔짜리 제품이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7000~8000원에 거래되며 4배 넘는 웃돈이 붙었다. 이달 12일 농심몰에서 1000세트 한정 판매에 나서자 10분 만에 매진됐고 쿠팡 사전예약분도 하루 만에 동났다.
이런 흐름의 배경엔 해외 전용 제품이 갖는 희소성이 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국내에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지는 구조다. 현지 소비자를 위한 이국적인 시도가 한국에서는 오히려 신선한 경험으로 여겨진다. 익숙한 브랜드에서 만나는 낯선 맛이라는 점도 관심을 끄는 배경이다. 신라면 그린도 언젠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농심 ‘신라면 그린’을 조리한 모습. 표고버섯과 튀긴 두부 등으로 맛을 낸 채식 제품이다. (사진=한전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