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70% '장마당'에 기대는 북한…경제 충격에 빈곤층 더 추락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3일, 오후 12:00

(자료사진) © 뉴스1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표방하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소득의 약 70%를 장마당 등 시장에 의존하고 있지만, 시장을 뒷받침할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경제 충격이 발생할 때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북한의 소득 양극화는 고소득층이 더 부유해진 결과라기보다 중·하위 계층이 최저소득층으로 추락하면서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안전망이 미비해 경제 상황이 회복된 이후에도 한번 벌어진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간한 조용신 경제연구원 경제안보연구실 과장의 BOK경제연구 '북한의 준시장화와 소득양극화: 2014~2015년 경제충격 사례'에는 이 같은 분석이 담겼다.

조 과장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2011~2020년 북한 이탈 주민에게 설문한 자료에서 극단값 등을 제외한 781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같이 분석했다.

'삼중고' 당시 양극화…70%는 하위층 타격 여파
연구에 따르면 북한 주민 소득은 2014~2015년 이후 양극화 양상을 나타냈다. 당시는 북한 경제가 가뭄·전력난·수출 부진 등 삼중고를 겪고 있을 때였다.

2011~2014년과 삼중고 이후인 2015~2019년을 비교한 결과 중위상대양극화지수(MRP)는 0.2548로 나타났다. MRP는 두 시기의 중위소득을 동일하게 맞춘 뒤 소득 분포가 양 끝으로 얼마나 벌어졌는지 측정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양극화를, 마이너스(-) 1에 가까울수록 중앙집중을 의미한다.

전체 양극화 중 하위 소득층 기여분은 0.1786으로 약 70%를 차지했으며, 상위층은 그 절반 아래인 0.0762에 그쳤다.

고소득층 거의 안 늘고, 최하위 소득으로 쏠림 현상
특히 소득 최하위 10% 구간의 밀도는 충격 전보다 높아졌다. 조 과장은 "하위 10% 구간의 상대적 집중도(relative density)는 이전보다 4.5배 이상 높아, 저소득 관측 비중이 크게 증가했음을 나타냈다"며 "반면 상위 구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고 밝혔다.

충격 이후 소득 상위층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저소득층의 경우 최저 소득대 쪽으로 쏠리며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조 과장은 "양극화 심화는 고소득층 비중 증가보다는 큰 폭의 저소득층 비중 증가가 주된 요인이었던 것"이라면서, 기반이 취약한 중하위층은 충격을 그대로 흡수했지만 연줄이나 자본 접근성이 좋은 계층은 지대추구 혹은 무위험 차익거래로 이익을 얻을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충격 끝나도 격차 그대로…"제도 미비한 '준시장화' 영향"
충격 뒤 시장이 회복해도 양극화는 축소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조 과장은 "한 번 벌어진 격차가 줄어들기 힘든 이유는 북한에 시장 관련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실업수당 등 사회안전망이 없다"면서 "위기마다 양극화는 누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은 계획경제를 표방하면서도 시장경제가 병존하는 이원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통일평화연구원 설문에서 시장 경험 응답은 69.4%, 비공식 소득이 있었다는 응답은 84.1%에 달했으며 주민들은 소득의 약 70%를 시장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구소련과 일부 개발도상국에도 비공식 경제가 있었지만, 주민 소득 대부분을 시장이 책임지면서도 당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북한은 시장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다 억제하기를 반복했고, 2009년에는 화폐개혁으로 시장소득을 흡수하려 했다.

연구는 북한이 시장 보호·교정 제도가 없을 때 계층별 충격을 보여주는 '자연 실험' 사례라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역설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탈북민 설문은 북한 전체를 대표하지 않으며, 2020년 이후 조사 중단으로 코로나19 등 최근 충격은 정량화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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