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20 © 뉴스1 김민지 기자
정부가 불가피한 사유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을 수정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부가 제시했던 비거주 기준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민주당이 1주택자에 대해 거주·비거주 구분 자체를 두지 말 것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려던 종부세 강화안은 사실상 철회되는 셈이다.
당정 "불가피한 비거주 인정 확대" 공감대…육아·돌봄 추가 검토
23일 정부와 민주당 등에 따르면 당정청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세제개편안의 보완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고위당정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비거주 1주택자 과세 강화 방안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고위당정 결과 브리핑을 열고 "불가피한 사유로 비거주하는 분들에 대한 거주 인정 확대 등 다양하게 제기되는 의견에 대해 당정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의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달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안은 해당 주택에서 1년 이상 계속 거주한 뒤 고등학교·대학교 취학이나 직장 변경·전근, 1년 이상 치료·요양이 필요한 질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취학·근무에 따른 해외 체류, 60세 이상 부모 봉양 등으로 다른 시·군으로 옮긴 경우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녀의 집 근처로 이사하는 등 육아·가족 돌봄에 따른 비거주는 예외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근이나 질병 등이 해당 주택에서 1년을 거주하기 전에 발생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같은 시·군 안에서 거처를 옮긴 경우도 예외를 적용받기 어렵다.
정부는 당정 협의 결과를 반영해 부득이한 비거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부안을 보완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보완 방안으로는 육아·가족 돌봄 등을 예외 사유에 추가하고 최장 3년인 인정기간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최장 3년인 인정기간을 늘리고 다른 시·군으로 한정한 주거 이전 기준과 1년 이상 선거주 요건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숙 국무총리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10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23 © 뉴스1 오대일 기자
與 "종부세는 거주·비거주 구분 말라"…9억 공제안 철회되나
종부세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정부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으로 낮춘다.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기로 했다.
거주 여부에 따라 기본공제를 달리하는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강화의 핵심이다. 실거주자는 공제를 확대해 보호하되 자기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는 다주택자와 같은 일반 기본공제를 적용해 세 부담을 높이는 구조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고위당정에서 종부세에 대해서는 이 같은 거주·비거주 구분 자체를 없애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박 수석대변인은 종부세 개편과 관련해 "민주당은 1주택자에 대해 거주·비거주 구분을 두지 않기로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부득이한 비거주'의 예외 사유를 확대하는 것보다 한발 더 나아간 요구다. 민주당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종부세를 산정할 때 비거주 1주택자를 별도로 구분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는 정부안은 사실상 철회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어떤 수준으로 단일화할지, 실거주자에 대해 14억 원으로 공제를 확대하려던 방안은 유지할지 등은 추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이는 방안도 재검토 가능성이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종부세는 현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비거주자의 세 부담이 자연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기본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조정하고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늘리는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도 추가 조율 대상이다. 정부안은 2028년 보유기간에 연 2%, 거주기간에 연 6%를 적용한 뒤 2029년부터 보유기간 공제를 폐지한다. 이후에는 거주기간에만 연 8%씩 최대 80%를 공제하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한다.
김 대표는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책이라는 방향의 긍정성이 있다"면서도 "제도 개편의 연쇄작용이 전월세 시장에 부정적 파급을 미치지 않을지에 대해서 세심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도세는 실거주 중심으로 공제체계를 개편하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불가피한 비거주를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의 보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정부는 지난 20일까지 세제개편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 의견을 접수했다. 이후 수정·보완을 거쳐 다음 달 1일 국무회의에 상정한 뒤 3일까지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제개편안은 결정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그 어느 정부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합리적인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