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저가공세에 쪼그라드는 가구 소재 공장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4일, 오후 03:22

[이데일리 권아인 수습기자] 인천 월미도 인근에 위치한 동화기업 파티클보드(PB) 공장. 기자가 최근 방문한 이 곳은 들어서자마자 산처럼 무수히 쌓인 폐목재 더미가 눈에 띄었다. 가로수 정전 작업에 잘려나간 가지부터, 버려진 가구, 건설현장에서 거푸집으로 사용되던 목재까지, 누군가에겐 이미 쓰임을 다한 나무지만, 이곳에서 이들은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한다.

동화기업 파티클보드(PB) 공장에 쌓인 폐목재 모습.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동화기업 파티클보드(PB) 공장에 쌓인 폐목재 모습.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PB는 잘게 부순 나무 조각에 접착제를 섞어 만든 판 모양의 목재로, 수납장이나 책상 등 가구의 주요 소재로 쓰인다. 이 같이 폐목재로 PB를 만드는 공장은 이 곳을 포함해 전국에 단 2곳 뿐이다.

폐목재 더미를 지나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밖에 산처럼 쌓여있던 폐목재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었다. 폐목재는 삭편과 파쇄 공정을 거쳐 작은 나무 조각들로 변했고, 이후 건조 과정을 거쳐 수분을 날렸다. 잘게 부서진 조각들이 향한 곳은 열압 공정이었다. 접착제와 조각들을 섞어 열로 꾹 누르자 순식간에 단단한 PB의 모습이 드러났다. 공정 마지막에는 좀 전까지 버려진 나뭇가지였다는 사실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반듯한 직사각형 판 모양의 PB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폐목재 더미가 가구에 꼭 필요한 새로운 생명으로 그 모습을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5시간 정도였다.

PB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건 바로 원료인 수많은 폐목재 더미들을 확보하는 일이다. 뜻밖의 경쟁 상대는 바로 에너지 발전 업계다. 발전소에서도 폐목재를 연료로 활용하면서, 원재료의 확보를 두고 서로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2~3년 전에는 가지목과 피해목 상당량이 이 곳이 아닌 에너지 발전소로 향하면서 원료난을 겪기도 했다.

어렵게 원료를 확보한다고 해도 해외 저가 제품들의 공세가 이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PB 시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수입산이 약 70%, 국산이 약 30%를 차지한다. 몇 년 전에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태국산 PB가 빠르게 국내 시장을 차지했지만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에는 물량이 줄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산이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태국산이 관세 부과 이후 5분의 1 수준으로 줄긴 했는데, 중국산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어려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생산라인을 따라 기자가 공장 내부로 들어갈수록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목재 건조 과정 속 발생한 미세분진과 냄새, 오염 물질 등을 걸러내는 설비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었다. 제품 역시 인체에 해로운 화학 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을 낮춘 친환경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이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비용이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다.

동화기업 파티클보드(PB) 공장에 설치된 오염방지설비.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동화기업 파티클보드(PB) 공장에 설치된 오염방지설비.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국내에 단 두 곳 뿐인 PB 공장 중 하나지만 생산이 줄고있다. 동화기업의 국내 PB 생산량은 2024년 28만2893m³에서 지난해에는 24만7220m³로 12.6%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3만2965m³를 생산했고, 평균 공장 가동률은 87.4%다.

외국산 공세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방 산업인 가구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손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동화기업은 5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2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다만 지난해 동기간 226억원의 순손실에 비하면 적자 폭은 줄었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결국 사업이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며 “국내 생산기반이 사라져 수입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향후 가구와 건설업계의 가격 협상력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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