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산업 영향력을 발판으로 레벨4 규격을 선점하면서, 현대차 등은 중국에서 신차를 내놓을 때 새 규격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중국이 동남아와 중동, 남미 등으로 규격을 수출할 경우 자율주행차 시장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중국의 새 기준은 자율주행시스템의 동적 주행 임무와 최소위험전략, 운전자·차량 간 인터페이스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의 개발·생산·출시 이후 전 생애주기 안전관리까지 규정했다. 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기준을 마련하며 중국보다 앞서 출발했으나, 아직 레벨4를 강제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일반 양산차의 경우 레벨2가 주류이고 일부 국가·차종에서 레벨3가 상용화된 상태다. 레벨4는 대중화 이전 단계로 미국, 중국 등의 제한된 운행구역에서 로보택시를 중심으로 상용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국가 차원의 강제 기준은 보편화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이 지난 6월 유엔 자율주행시스템 국제기술규정 제정을 주도한 데 이어 이를 토대로 한층 구체화한 자국 표준까지 마련한 것”이라며 “국제 기준과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안전 요구사항을 추가해 자율주행차의 대규모 상용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체화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사업 재건을 추진 중인 현대차는 새 규정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최근 베이징자동차와 베이징현대에 80억위안(약 1조5500억원)을 공동 투자하고 향후 5년간 중국에서 20종의 신차를 내놓기로 했다. 특히 내년 레벨2++ ADAS를 탑재한 신차를 내놓은 뒤 다음 단계에서 레벨3 자율주행 MPV(다목적차량)를 중국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차량 개발·시험 단계부터 새 규격을 반영해야 하게 된 것이다.
중국 규격의 영향력은 중국 밖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동남아시아와 중동, 남미 등 신흥시장 수출을 빠르게 늘리는 가운데 중국 기준에 맞춘 자율주행차 보급이 확대되면 해당 국가가 관련 제도를 설계할 때 중국 규격을 참고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2026 베이징 국제모터쇼 전시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시험·검증 비용 증가도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진 글로벌 차량 개발 과정에서 유럽과 미국의 규제를 주요 기준으로 고려해왔지만, 앞으로 중국의 자율주행 규격까지 개발 단계부터 함께 반영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대로 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자국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은 2027년형 차량부터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차량연결시스템(VCS)이나 자율주행시스템(ADS)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커넥티드카의 수입·판매를 금지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이 거대한 시장과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도 기술·제도적 주도권 확보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