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배상' 스마일게이트, 태평양 앞세워 IPO 소송 2라운드[마켓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4일, 오후 07:27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스마일게이트가 1000억원대 기업공개(IPO) 소송 2라운드를 앞두고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화우에서 태평양으로 교체했다. 투자계약의 IPO 추진 조항에 구속력을 인정한 판결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1000억 배상' 스마일게이트, 태평양 앞세워 IPO 소송 2라운드[마켓인]


24일 투자은행(IB)과 법조계에 따르면 기업공개(IPO) 추진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1심에서 1000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스마일게이트는 최근 항소심 대리인을 법무법인 화우에서 태평양으로 교체했다. 2심 첫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앞서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남인수)는 지난 4월 2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원고는 펀드 신탁업자인 미래에셋증권이지만 실질 당사자는 라이노스자산운용이다.

발단은 지난 2017년 12월 계약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권면금액 2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서 상장 형식요건이 충족되고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을 넘을 경우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조항을 넣었다. 대신 전환권은 상장예비심사가 통과되고 증권신고서가 제출된 뒤에만 행사할 수 있게 묶었다. 투자자로선 상장이 이뤄져야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였다.

조건은 2021년에 채워졌다. 로스트아크 흥행으로 당기순이익 2289억원을 기록했고, 감사보고서가 공시된 2022년 3월 22일 상장 요건을 충족했다. 라이노스자산운용은 그해 6월 2일 상장을 추진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계약상 회사는 이듬해 6월 말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했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는 2022년 재무제표를 작성하면서 CB 전환권을 부채로 잡았다. 회계상 파생상품평가손실 5357억원이 잡혔고, 여기에 주식보상비 193억원, 특별상여금 1053억원, 기부금 290억원이 더해지면서 당기순손실 142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2023년 4월 "당기순이익 120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니 상장 요구는 철회된 것으로 본다"고 통보했고, 기한인 그해 6월 말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았다.

이에 라이노스자산운용은 그해 11월 소송을 냈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상장 추진 조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인지, 회계처리로 상장 요건이 무너진 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다.

1심은 두 가지 모두 투자자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계약 문언에 "추진하여야 한다"고 돼 있고 최선노력조항 같은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환권 행사를 상장 이후로 제한한 것이 연결납세제도를 통한 법인세 절감이라는 회사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상장추진의무는 그에 대한 대가였다는 점을 들어 구속력을 인정했다. 상장예비심사만 청구하고 이후 절차를 멈춰도 된다면 전환권 행사 여부가 회사 임의에 달리게 된다는 점도 짚었다.

회계 쟁점에 대해 재판부는 리픽싱 조항이 붙은 이 전환권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032호의 '확정 대 확정' 요건에 어긋나므로 부채로 분류한 것 자체는 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인정했다. 리픽싱(Refixing) 조항은 발행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가격(전환가액·행사가액)을 낮춰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계약 조건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자본 분류도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어느 쪽이든 가능했다면 투자자와의 관계에서는 자본으로 분류해 상장을 추진하거나, 부채로 분류하더라도 상장을 계속 추진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는 결론냈다. 만일 그러지 않으면 실적이 좋아져 상장 의무가 생길수록 전환권 평가손실이 커져 다시 의무가 사라지는 순환에 빠져 조항이 쓸모없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문제의 비용들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이 5467억원이라며 "요건이 충족되는 듯한 외관이 만들어졌다"고 판시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회계법인들의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시장이 위축돼 상장을 미룬 것은 경영판단이라는 주장에는 경영판단원칙은 이사가 회사에 지는 책임 문제일 뿐 계약 상대방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판결은 비상장 투자에서 관행처럼 들어가던 IPO 추진 조항이 선언적 문구가 아니라 실제 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소송이 확정되면, 향후 IPO 추진 조항에 구속력이 더욱 커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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