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꽃게 1원 싸움, 자존심 경쟁 아니다…유통사의 숨은 셈법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5일, 오전 06:20

충남 태안을 대표하는 수산물 꽃게의 금어기가 21일 해제되면서 본격적인 꽃게 수확이 시작돼 전국 미식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태안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2025.8.21 © 뉴스1 이동원 기자

가을 햇꽃게를 둘러싼 유통업계의 가격 경쟁이 올해는 '1원 전쟁'으로 번졌습니다.

꽃게값 '1원 전쟁'은 지난 21일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마트는 당초 100g당 693원으로 제시한 행사 가격을 홈플러스가 690원을 내놓자 689원으로, 쿠팡이 688원을 제시하자 다시 687원으로 낮췄습니다.

컬리는 해양수산부 할인쿠폰을 적용해 680원까지 내렸습니다. 다만 이들 초특가 행사는 대부분 23일 종료됐고, 24일 기준 600원대 가격을 유지하는 주요 업체는 이날까지 688원에 판매하는 쿠팡 정도입니다. 이마트는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772원으로 다시 올라간 상태입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꽃게 경쟁은 '10원 전쟁'으로 불렸습니다. 2024년 쿠팡이 890원에 가을 꽃게를 내놓은 뒤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연이어 가격을 낮췄고, 이마트는 결국 792원까지 내렸습니다. 지난해에도 이마트가 788원에서 760원, 다시 741원으로 가격을 낮추며 경쟁이 재연됐습니다.

2년 전 수십 원 단위였던 가격 경쟁이 올해는 경쟁사의 가격표를 보고 1원씩 다시 낮추는 수준까지 촘촘해진 셈입니다.

2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어민들이 꽃게를 다듬고 있다. 2022.10.21 © 뉴스1 정진욱 기자

1원 더 깎아서 유통사가 얻는 것은
그런데 100g당 1원을 더 낮춰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꽃게 1㎏을 사도 10원 차이입니다. 그럼에도 유통업체들이 가격표까지 고쳐가며 경쟁하는 이유는 꽃게 한 품목의 마진만으로는 이번 경쟁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꽃게는 금어기 해제 직후 소비자 관심이 몰리는 대표적인 제철 신선식품입니다. 유통사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고객을 매장이나 앱으로 끌어들이기 좋은 '집객 상품'인 셈입니다. '제철 수산물이 싼 곳'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면 다른 신선식품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꽃게를 산 고객이 그다음에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소비자가 꽃게와 함께 채소나 양념, 라면, 육류 등 다른 상품까지 담는다면 꽃게에서 일부 포기한 마진을 장바구니 전체에서 만회할 여지가 생깁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꽃게 자체의 판매이익뿐 아니라 꽃게 구매 고객의 객단가와 동시구매율도 중요한 지표가 되는 이유입니다.

e커머스의 계산은 한 단계 더 길어집니다. 초저가 꽃게를 계기로 신규 고객이 들어오거나 한동안 주문이 없던 휴면 고객이 돌아오고, 이후 재구매까지 이어진다면 꽃게 한 팩의 손익보다 고객 한 명이 앞으로 만들어낼 매출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680원짜리 꽃게가 단순 할인상품을 넘어 고객을 데려오기 위해 쓰는 일종의 '고객 획득 비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산지 직계약과 대량 매입도 가격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유통업체가 계약 선단과 직송 물량을 늘리면 매입 원가를 낮출 여지가 생깁니다. 여기에 정부 할인 지원이 적용되는 상품도 있는 만큼 600원대 꽃게를 모두 '손해 보고 파는 상품'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e커머스는 물류 측면에서도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구축한 신선식품 배송망에 주문이 몰리면 물류센터와 배송 인프라의 가동률이 높아져 주문당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올해 '꽃게 1원 전쟁'의 손익계산서는 꽃게 한 팩만 봐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싼 꽃게를 보고 얼마나 많은 고객이 들어왔는지, 장바구니에 무엇을 더 담았는지, 이후 다시 돌아왔는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유통업체들이 겨루는 것은 꽃게 100g의 가격인 동시에, 고객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어디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느냐는 '고객값' 경쟁에 더 가깝습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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