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대규모 주주 환원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주주가치 제고(밸류업)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고질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경제계에서는 주주 환원과 함께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시설투자와 M&A 등을 통해 기술적·사업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AI 반도체 호황을 맞이해 역대급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다. 두 회사가 공개한 주주 환원 규모는 최소 130조 원에서 최대 150조+알파(α)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기존 정책에 따라 올해 90~110조 원대 주주환원을 이행할 예정이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먼저 3분기에 약 30조 원을 현금 배당하고 나머지 60~80조 원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확정되는 올해 경영실적을 토대로 구체적인 규모와 환원 방식이 결정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3개월간 자사주 2407만주(약 40조 원)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고 2025~2027년 누적 FCF 환원 기준을 기존 50% 범위에서 50% 이상으로 상향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향후 3개년 누적 FCF는 약 481조원에 달해 최소 환원율 50%만 적용하더라도 주주환원 규모는 약 24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은 삼성전자 기업가치 상승뿐 아니라 코스피 시장 전체의 가치 재평가를 이끄는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40조 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아직 2026년과 2027년 FCF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환원을 선제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현금 창출력과 재무 건전성 목표 달성에 대한 회사의 자신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주주환원은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보통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해당 주식은 회사 금고에 보관되며 향후 임직원 상여나 시장에 재매도할 수 있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해당 주식이 아예 법적으로 없어져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게 된다. 주당 가치가 그만큼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재계는 주주환원 확대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차세대 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확대, 신사업 확보 등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메모리는 사이클 산업이다 보니, 호황기에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으로 차세대 제품과 생산시설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불황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설투자 규모는 32조 9603억 원, 18조 99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4.2%(4조 889억 원), 71.5%(7조 9178억 원)가량 증가했다. 다만 두 기업의 시설투자 규모는 51조 9543억 원으로 주주환원 최소 규모(130조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삼성전자가 당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적 있는데 그때는 주가 변동이 적었다"며 "현재의 주가는 결국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면서 형성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주주환원과 동시에 투자도 이뤄져야 불황기를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놓은 주주환원 130조 원은 주요 글로벌 기업의 시가총액을 웃돈다. 시가총액만 놓고 보면 나이키(약 83조)와 아디다스(약 44조), 메르세데스-벤츠(약 69조), BMW(약 53조)를 인수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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