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GV90 테크 브리프’를 열고 주요 기술과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사진은 제네시스 GV90의 제조 과정을 담은 영상 'Sanctuary of Fineness'의 장면. (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8.23 © 뉴스1 박지혜 기자
국산 자동차도 '2억 원 시대'가 열린다. 주인공은 최근 공개된 제네시스 최초의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이 될 전망이다.
아직 공식 가격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고가가 2억원 중반대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개된 성능과 편의사양 등을 고려할 때 풀옵션을 장착하면 2억 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네시스에도 GV90의 가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출범 7년 10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럭셔리 시장에 안착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격 대비 좋은 프리미엄 차'를 넘어 비싸도 갖고 싶은 '드림카'로 올라서야 한다. 플래그십의 위상과 소비자의 가격 저항선 사이에서 제네시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GV90, 국산차 최초 '2억 원 시대' 예약
25일 업계에 따르면 GV90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일반 모델의 시작 가격을 1억 원 중반대로, 코치 도어를 적용한 'GV90 네오룬'과 전 세계 222대 한정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 등 최상위 사양은 2억 원 이상, 많게는 2억 원 중반대로 예상한다.
제네시스의 기존 가격 체계를 보면 2억 원대 전망에 힘이 실린다. G80 Black 가솔린 3.5 터보 AWD의 예상 견적가는 9275만원이다. 같은 3.5 터보 AWD를 탑재한 6인승 GV80은 1억211만원으로 936만원(10.1%) 비싸다. GV80 쿠페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AWD는 1억1370만원으로 G80 Black보다 22.6% 높다.
이 같은 가격 차이를 G90과 GV90에 적용하면 GV90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를 적용한 G90 롱휠베이스의 예상 견적가 1억8473만원이다. 이에 따라 10.1~22.6%의 가격 차이를 적용하면 GV90 가격은 2억337만~2억2646만원 수준이다. 차급과 파워트레인, 사양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GV90 최상위 모델의 가격은 2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열린 제네시스 'GV90 월드 프리미어'에서 브랜드 최초의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 네오룬(GV90 Neolun)’이 전시돼 있다. (제네시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20 © 뉴스1
GV90 네오룬, 초럭셔리 시장 겨냥…마이바흐 '정면 승부' 택하나
문제는 GV90이 기존 성장 공식을 넘어설 수 있느냐다. 제네시스는 2015년 11월 출범 이후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빠른 7년 10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대를 달성했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최근 5년 연속 연간 판매 신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8만대(8만2331대)를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 최대인 3만9088대를 판매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제네시스는 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에 견줄 상품성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성장했다. GV90에서는 한 단계 다른 전략을 꺼내 들었다. 초럭셔리 시장을 겨냥해 전 세계 222대 한정인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을 선보이는 것도 희소성을 앞세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GV90 공개 행사에서 "GV90을 통해 우리가 또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며 "가격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고 타는 분들이 얼마나 만족하고, 그분들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GV90의 차체 크기에서도 지향점이 드러난다. 전장은 5285㎜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5205㎜)보다 길고 벤틀리 벤테이가 EWB(5305㎜)와는 불과 20㎜ 차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5340㎜)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최상위 모델 가격이 예상대로 2억 원을 넘어설 경우 포르쉐 카이엔 상위 트림과 가격대가 겹치고 마이바흐 GLS 등 초고급 SUV도 비교 대상에 오르게 된다.
이 지점에서 가격 책정의 고민도 깊어진다. 가격을 낮추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지만 플래그십의 상징성과 희소성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2억 원 중반까지 올리면 오랜 역사와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정면으로 경쟁해야 한다. 단순히 '마이바흐보다 저렴한 차'가 아니라 마이바흐와 비교하고도 선택받는 차가 돼야 하는 셈이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셈법이 더 복잡하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15% 관세가 적용돼 고가 모델일수록 부담이 커진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미국 내 전체 판매량 대비 현지 생산 비중을 약 80%까지 높이고 현지 부품 조달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관세 부담과 원가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결국 GV90의 가격표는 한 차종의 판매가격을 넘어 제네시스가 지난 10여년간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에 시장이 매기는 가격표가 될 전망이다. 2억 원이 넘는 가격에도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낸다면 제네시스는 '합리적인 프리미엄'을 넘어 비싸도 갖고 싶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한 단계 올라서게 된다.
pkb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