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집 사고 100억 꾸몄다…회장님은 '공짜살이'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후 09:56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음식숙박업을 하는 대기업 A사는 서울 한남동에 법인 명의로 200억원대 고가주택을 사들인 뒤 회삿돈 100억원을 쏟아부어 증축·인테리어 공사를 벌였다. 법인 명의 고가주택을 전수 조사하던 과세당국은 이 초호화주택에 A사 사주일가가 입주해 ‘공짜’로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A사 사주가 동종업계 사주들 평균 연봉의 10배를 챙기며 약 150억원을 과다 지급받고, 가족에 50억원가량의 허위인건비를 지급한 사실도 포착했다. 이에 과세당국은 A사와 사주일가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법인 명의의 ‘황제사택’이 과세당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부르는 단초가 됐다. 국세청은 25일 법인 명의로 고급주택이나 콘도를 사들인 뒤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거주하며 세금을 탈루한 법인 50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총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 9000억원으로, 조사 대상엔 대기업 5곳도 포함됐다. 코스피상장기업은 4곳, 코스닥기업은 2곳이 속했다.

국세청은 앞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법인 소유 고가주택(2639채) 전수 점검을 통해 1097채(42%)가 사주일가 전용임을 확인했다. ‘황제사택’을 보유해 세무 검증 대상에 오른 법인은 총 760여곳으로, 국세청은 이 가운데 탈루 혐의가 명백한 법인들부터 먼저 추려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사적 사용 유형별로 △사주일가 거주형(28개) △부동산 투기형(5개) △별장형(17개)으로 나뉜다.

소매업체 B사는 유명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시가 100억원 상당의 한남동 고가 아파트를 매입해 사주일가에 제공했다. 이 회사의 사주는 이미 강남에 고가 아파트 2채를 보유 중이어서 종부세 중과를 피할 목적으로 법인 명의의 고가주택을 추가 취득한 걸로 의심받고 있다. B사는 체납·폐업을 일삼는 자료상 업체들과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는 방식 등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포착됐다.

서울 반포동 소재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취득한 한 사주는 2주택자가 되자 기존 40억원대 고가 주택을 자신이 지배하는 법인에 양도해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누린 뒤 해당 주택에 무상으로 계속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를 이용해 100억원대 초호화 별장을 취득해 타인의 출입은 철저히 차단한 채 사주일가 전용으로 사용하거나, 1박에 300만원인 60억원 상당의 고급 단독주택형 콘도를 ‘회장님 별장’으로 사용하면서 사주 개인 아파트의 인테리어 비용 20억원을 법인 비용으로 대납한 외국계 법인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계좌 추적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조사한단 방침이다. 유출된 법인 자금이 사주일가의 개인 재산 형성으로 이어졌는지 자금 출처도 면밀히 검증한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세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범칙 행위가 적발될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사법 당국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며 “이번 조사 대상 외에도 혐의가 중대한 법인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남동 고가주택(사진=연합뉴스)
한남동 고가주택(사진=연합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