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신고 느는데…국세청 미신고·탈세 적발 미흡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후 05:34

[이데일리 정윤영 기자] 국세청이 적발한 해외 가상자산 계좌 미신고 건수가 2년 새 11배 이상 늘었지만, 실제 최근 3년 간 누적 적발은 38건에 그쳤다. 해외 가상자산 신고자가 2000명을 넘어서는 등 신고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해외 거래소 이용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체계가 아직 미흡해 실제 미신고나 탈세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2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 가상자산 계좌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 부과 건수는 2023년 2건에서 2024년 13건, 2025년 23건으로 증가했다. 2년 만에 11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부과된 과태료는 총 28억3000만원이었다. 연도별로는 2023년 3000만원에서 2024년 1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2025년에는 9억원으로 줄었다.

해외 가상자산 계좌는 지난 2023년부터 해외금융계좌 신고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 거주자나 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계가 해당 연도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5억원을 초과하면 이듬해 6월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과태료 부과 건수가 늘어난 것과 함께 해외 가상자산 계좌 신고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국세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실적에 따르면 2024년 중 보유한 해외 가상자산 계좌를 신고한 인원은 2320명, 신고금액은 11조1000억원이었다.

직전 신고실적과 비교하면 신고 인원은 1043명에서 2320명으로 1277명 늘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고금액도 10조4000억원에서 11조1000억원으로 7000억원 늘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호대학원 교수는 “국세청은 가상자산을 해외금융 계좌 신고 대상에 선제적으로 포함해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세정 인프라를 마련해왔다”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성실신고를 계속 유도하면서 미신고나 탈세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체계가 자리 잡아가는 것과 달리,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 계좌를 찾아내는 데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시행 이후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 부과는 3년새 총 38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명단공개와 고발 대상에 해당하지만, 지난 3년간 미신고 건으로 인한 명단공개 및 고발 대상은 없었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로는 해외 거래소의 이용자 정보를 국세청이 직접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해외 거래소가 국내 이용자의 가상자산 보유 정보를 국세청에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과세당국이 이를 확인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는 “과태료 부과 건수가 적은 것은 실제 미신고 건수가 적어서일 수도 있지만, 자진 신고하지 않은 계좌를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자진해서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국세청이 이를 잡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보 공백은 내년부터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본격화하면서 점차 보완될 전망이다. CARF는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된 세무 정보를 납세자의 거주 국가와 정기적으로 자동 교환하기 위해 OECD가 마련한 국제표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가 2027년 또는 2028년까지 CARF에 따른 정보교환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CARF가 시행되더라도 해외 가상자산 정보의 사각지대가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마다 CARF 도입 시점이 다른 데다 실제 정보교환 범위도 참여국 간 협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내년부터 정보교환에 나설 예정인 반면 미국은 2029년 시행이 예정돼 있는 등 국가별로 시차가 있다. 특히 바이낸스 등 소재지가 명확하지 않은 해외 거래소의 경우 CARF 시행 이후에도 국내 이용자 정보를 어떤 경로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는다.

오 교수는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바이낸스의 경우 고객 정보를 우리 국세청에 제공할 의무가 없고, 국세청이 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CARF 역시 국가별 시행 시점에 차이가 있는 만큼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을 파악하는 데는 당분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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