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더 올려야 하는데 가계빚 2000조원…한은의 복잡해진 셈법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후 05:31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가계빚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까지 높아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선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지만, 이미 빚이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오르면 차주의 이자부담과 소비 위축이라는 부작용도 커질 수 있어서다.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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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2000조 돌파…변동형 주담대 비중 62%

25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2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리는 ‘백투백 인상’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와 높은 근원물가 등을 감안하면 연속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지난달 인상 효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동결론도 팽팽하다.

특히 가계부채는 금융불균형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근거인 동시에, 추가 인상에 따른 차주의 이자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금통위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 9000억원 늘었다.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증가 폭도 2021년 3분기 이후 가장 컸다. 가계대출은 24조 9000억원 증가한 1891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가 떠안은 빚의 규모뿐 아니라 금리 상승에 노출된 대출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22.7%로 전월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37.7%로 2014년 2월 이후 가장 낮아져, 변동형 주담대 비중은 62.3%까지 높아졌다.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형 대출을 선택한 영향이다. 6월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3%로 변동형(4.27%)보다 0.26%포인트 높았다. 당장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변동형을 선택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 시에는 금리 상승 위험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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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bp만 올라도 자영업자 이자 1.8조↑…커지는 인상 부담

가계부채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상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가계대출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불균형을 억제하려면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하지만, 높은 변동금리 비중 탓에 금리 인상의 충격 역시 빠르게 가계로 전달될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부담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은 약 1조 8000억원 늘어난다. 차주 1인당 평균 56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는 같은 폭의 금리 상승에도 부담이 더 크다. 연간 이자부담이 1조 1000억원 늘고 차주당 부담은 평균 65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오르기 전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50%로 한 달 전보다 0.04%포인트 올랐고, 주담대 금리는 4.36%로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2.50%에서 2.75%로 오른 데 이어 오는 27일 추가 인상까지 단행될 경우 차주의 상환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권민수 한은 부총재도 지난 21일 “성장세와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금리 인상의 부작용도 살펴야 한다”며 “균형있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하게 정책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잡아야 할 필요성과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 부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은 최소 두 차례의 추가 인상을 지지한다”면서도 “주택거래가 대출 실행으로 이어지는 데 2~3개월의 시차가 있는 만큼, 지난달 인상 효과를 확인한 뒤 추가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가계부채 부담 등을 감안하면 정책 여력을 소진하면서 연속 인상에 나설 만큼 상황이 급박하지 않다”며 “7월 인상 효과를 지켜본 뒤 추가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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