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못 받아도 홈플러스 살아야 우리도 살아요"…협력업체 '호소'(종합)

경제

뉴스1,

2026년 8월 25일, 오후 05:58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도권지원센터에서 열린 ‘홈플러스 협력·입점업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25 © 뉴스1
홈플러스가 살아야 협력업체도 삽니다. 미정산 대금 12억 원이 묶인 것도 문제지만 홈플러스라는 대형 판로가 사라졌을 때 입게 될 손실이 더 큽니다. 홈플러스가 전국 핵심 점포의 영업을 재개하며 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협력·입점업체의 시름은 여전하다. 회생절차가 1년 6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수억 원대 미정산 대금이 묶인 데다 매출 감소와 자금난까지 겹치면서다.

정부가 피해업체를 대상으로 수백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기존 대출이나 담보 등을 이유로 실제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도권지원센터에서 이병권 제2차관 주재로 '홈플러스 협력·입점업체 간담회'를 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전국 67개 핵심 점포의 영업을 재개했다. 카드사의 신용판매대금 지급보류 조치도 해제됐지만 협력업체들이 떠안은 부담은 여전히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150개 홈플러스 협력업체를 조사한 결과 업체당 평균 미정산금은 7억 7000만 원에 달했다. 다음 달 4일 회생계획안 가결 기일을 앞두고 있어 미정산 대금 회수에 대한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미정산 대금 못 받아도 일단 홈플러스 살아야"
이날 간담회에서는 홈플러스와 장기간 거래해 온 협력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쏟아졌다.칠갑농산은 약 12억 원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변제기간 연장에 동의했다.

이영주 칠갑농산 대표는 "단순히 받을 돈을 빨리 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홈플러스라는 대형 유통업체가 사라지면 12억 원이 묶여 발생하는 손실보다 장기적인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와 연결된 중소 제조업체와 입점업체에는 생존의 문제"라며 "홈플러스를 살리는 것이 결국 중소기업의 판로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부영 엠디에스 본부장은 미수금이 약 18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40%인 상황에서 회생절차 장기화로 현금 운용과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부영 MDF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것은 자금 유동성 문제"라며 "홈플러스 전용으로 만든 재고는 다른 곳에 판매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원한다는데 은행 가면 안 된다고…정책자금 체감 낮아"
중기부는 홈플러스 피해 소상공인을 위해 500억 원 규모의 전용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마련했다. 금리는 올해 3분기 기준 3.85%에서 3.35%로 낮추고 대출 한도도 7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했다.

중소기업에는 400억 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전용 트랙을 신설하고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 10% 이상 감소 요건 적용을 예외로 했다. 금리도 3.78%에서 3.28%로 0.5%포인트(p) 우대한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존 보증의 만기를 1년 연장하고 신규 보증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실적은 아직 저조하다.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소진공을 통한 지원은 294건, 109억 원이 집행됐다. 중진공은 3건, 10억 원이 집행됐으며 추가로 16건, 53억 원이 지원 승인을 받아 집행을 앞두고 있다. 기보를 통한 보증 지원은 7건, 25억 원이다.

이 차관은 "7월부터 지원을 시작했음에도 협력업체 대상 자금 지원은 3건, 기보 지원은 7건 정도에 그쳤다"며 "지역 조건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세름 한스B&F 대표는 "지원 발표 이후 실제로 금융기관을 찾아갔지만 기존 대출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았다"며 "개인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쓴 상황에서 기존 대출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전용 지원이라는 취지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폐점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버틸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달라는 것"이라며 지원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도권지원센터에서 열린 ‘홈플러스 협력·입점업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25 © 뉴스1

"대출받아도 갚을 여력 없어…지원 정책 현실화해야"
입점 소상공인들은 추가 대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부산 센텀점에서 영업했던 한 입점업체 대표는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갚을 여력이 없다"며 "영업을 재개한 67개 점포뿐 아니라 그렇지 못한 점포에서 판매했던 사람들의 상황도 살펴달라"고 말했다.

중계점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입점업체 채희재 대표도 "시설을 기반으로 장사하는 업종이라 물건처럼 다른 곳으로 옮겨 판매할 수도 없다"며 "입점 점주들의 현실과 지원 정책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했다.

협력업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 등 한시적인 규제 완화도 건의했다.

이영주 칠갑농산 대표는 "홈플러스라는 대기업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며 "중소 협력업체들이 함께 버틸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접근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홈플러스가 빨리 정상화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라며 "융자 금리를 추가로 낮출 여력이 있는지 살펴보고 관계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적극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든 정부는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시 휴업에 들어갔던 홈플러스 67개 점포가 정식으로 재개장한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6.8.13 © 뉴스1 김성진 기자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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