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재개장에도 협력업체 ‘돈맥경화’

경제

이데일리,

2026년 8월 25일, 오후 05:57

[이데일리 안소현 기자] 홈플러스가 전국 핵심 점포의 영업을 재개하며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납품 중소기업과 입점 소상공인의 자금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일부 협력업체는 수십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한 채 납품을 이어가고 있고, 정부가 마련한 금융지원도 현장에서는 기존 대출과 비슷한 심사 문턱에 가로막힌다는 호소가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원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병권 중기부 제2차관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도권지원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병권 중기부 제2차관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도권지원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병권 중기부 제2차관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도권지원센터에서 홈플러스 협력·입점기업 간담회를 열고 “협력업체 지원 실적을 보니 집행이 많지 않아 지원 조건이나 절차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며 “융자를 받는 기준을 다시 돌아보고 파격적인 조건이 가능한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 사태를 겪은 뒤 지난 13일 전국 67개 핵심 점포를 다시 열었다. 카드사의 신용판매대금 지급보류 조치도 해제됐다. 중기부에 따르면 영업 재개 이후 일주일 동안 홈플러스 매출은 영업 중단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달랐다. 납품업체들은 특히 자금 유동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홈플러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40%에 이르는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미수금과 차입금 증가로 구조조정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홈플러스 전용 상품은 다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기 어려워 재고 처리에 따른 손실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정책금융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 납품업체 지원 대출이라는 발표를 보고 은행을 찾아갔지만 기존 대출과 거의 같은 절차를 밟았다”며 “신용과 담보가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게 없어 여기까지 버틴 업체들에 기존 대출과 같은 기준을 들이대면 무슨 지원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표 개인 신용대출까지 끌어 직원 급여를 주고 원재료를 사고 있다”며 홈플러스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협력업체들은 홈플러스가 제시한 변제 계획에 대한 부담도 토로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2030년까지 변제 계획이 잡혀 있고 2028년까지 변제율이 0.5%에 불과한 것으로 돼 있다”며 “정부 대출제도조차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3년을 버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폐점 대상 점포에 남아 있는 소상공인들은 대출보다 재창업이나 직접적인 경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부산 센텀점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한 사업자는 회생절차가 시작된 이후 매출이 약 70%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설비로 1억원 넘게 투자했는데 몇 년 만에 다시 밖으로 나가 같은 돈을 마련해 창업할 수는 없다”며 “대출을 받아도 갚을 여력이 없다”고 했다.

협력업체들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한시적인 규제 완화도 요청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거나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소비지원 정책에서 홈플러스 입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제품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이 차관은 다만 홈플러스만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규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법 구조상 홈플러스 한 회사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의무휴업 규정을 예외 적용하려면 해당 지역의 모든 대형마트에 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사항은 소관 부처와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기부는 공익채권을 보유한 협력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 가능성도 검토한다. 기존 정책자금의 금리 부담을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이 차관은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홈플러스가 정상화돼 유통기업으로 존속하고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중기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관계부처와 논의해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