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이란 자체를 넘어 이란과 연결된 제3국의 거래망까지 겨냥하면서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대이란 직접 교역은 제한적이지만, 중국 공급망과 중동 물류·금융 경로에 연결된 국내 기업은 제재가 결제·조달·운송 등 공급망 전반에 미칠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미국이 중국계 은행·무역회사·선사 등을 어느 범위까지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지가 변수다. 당장의 직접 피해보다는 결제 지연과 조달선 변경, 해운·보험 비용 상승 등 제재 여파가 국내 기업에 미칠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재 표적, 이란 넘어 연결망으로
25일 미국 재무부 발표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과 연계된 디지털자산·기술·금·항공·해운 등 5개 분야에서 거래하거나 지원하는 제3국의 기업·개인에도 2차 제재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기술 확보, 사이버 작전, 석유 수익 창출을 도운 것으로 지목된 전 세계 60여개 단체·개인·선박도 신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이란의 원유 수출과 기술 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물류·금융·기술 연결망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의 대형 은행이나 기업이 이번에 즉시 제재 명단에 오른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은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이란과의 거래 중단을 위한 유예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시한은 제시하지 않았다.
직접 교역보다 제3국 경로가 변수
한국 경제의 즉각적인 직접 피해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대이란 거래는 미국 제재와 금융결제 제약으로 이미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계 공급사와 중동 경유 무역회사, 글로벌 선사·보험사, 달러 결제망을 통해 이란 관련 거래에 간접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별개의 위험이다.
국내 제조업체가 거래하는 중국 공급사 또는 모기업이 이란의 기술·물자 조달이나 원유 거래에 연루돼 제재를 받으면 계약 이행과 대금 결제, 대체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란 연계 화물을 운송한 선사·선박이나 보험사가 지정되는 경우에는 우회 운송과 선복 부족, 보험료·운임 상승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2차 제재가 이란과 직접 거래한 기업뿐 아니라 이를 돕거나 연결한 제3국 기업·금융기관까지 제재 대상에 넣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도 중국 등 제3국 거래처의 최종 수요자와 실소유자, 결제은행, 운송 경로를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 금융권으로 번질지 주목
특히 미국의 후속 조치가 중국 금융기관을 직접 겨냥할지가 향후 파급력을 가를 전망이다. 중국계 은행이나 무역회사가 제재 명단에 포함되면, 이란 제재가 미·중 경제·금융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김태봉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금융기관을 겨냥한 제재가 예상보다 강하게 시행되면 수면 아래 있던 미·중 갈등이 경제·금융 분야에서 표면화할 수 있다"며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긴밀한 만큼 수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중동 불확실성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 차질로 이어지면 유가와 물가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김 교수는 "현재 발표만 보면 시정 기간을 언급하는 등 이란에 협상 여지를 남겨둔 측면이 있어, 제재가 곧바로 최악의 국면으로 가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구윤성 기자
물류, 에너지 비용 전이 우려
제재가 해운·항공·보험망 위축이나 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번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런 흐름이 현실화하면 대이란 직접 교역이 많지 않은 기업도 운임·보험료와 원자재 조달비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이란 제재 강화가 해상 물류와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확산하면 직접 교역 비중이 낮은 한국도 운임·보험료·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며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미국 측 발표의 세부 내용과 실제 집행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산업과 기업에 미칠 영향을 확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고'에서 '지정' 넘어가는 속도
관건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후속 지정 명단과 집행 기준이다. 중국·홍콩계 은행과 무역회사, 선사·선박이 실제 명단에 포함되는지, 달러 결제 제한과 보험·재보험 제한이 어느 수준까지 적용되는지가 국내 기업의 체감 위험을 가를 전망이다.
미국이 이번 조치에서 주요국이나 금융기관에 즉각 일괄 제재를 부과하지 않은 만큼 당장 충격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향후 제재 대상이 늘어나면 위험은 이란과의 직접 거래 여부를 넘어 국내 기업의 조달·결제·물류 비용으로 확산할 수 있다.
joyonghu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