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웹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공지능(AI) 사주에 20대 여성들이 열광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6 새해 계획 및 운세 서비스 이용 관련 조사’에 따르면, AI 운세를 본 경험이 있는 20대는 52.1%였다. 이 중 여성의 이용 경험은 44.0%로 남성(36.0%)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들에게 사주는 더 이상 미래만 대충 맞히는 ‘딱딱한 점괘’가 아니다. 2030 세대는 사주나 타로 등을 MBTI와 같이 ‘자기분석 콘텐츠’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송홍기 사이버네틱스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있다. (사진=권아인 수습기자)
송 대표가 처음부터 사주 사업을 꿈꾼 건 아니다. 바이오의공학을 전공한 그는 군 복무 시절 삶의 의미와 공허함에 대한 고민을 하며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사업’을 꿈꿨다. 그가 처음 주목한 분야는 ‘멘탈 헬스’였다. AI가 이용자에게 말을 걸면서 메타인지(자신의 인지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통제하는 능력)를 돕는 ‘안녕나야’를 시작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용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사주나 타로를 통해 힘든 시기에 위안을 얻는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 대표는 “힘든 사람들이 꼭 반드시 ‘솔루션’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평소 말하기 어려운 고민들도 사주나 타로를 통하면 쉽게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서비스 시작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의 사주를 무료로 봐주겠다는 글을 올려봤다. 큰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예상과 달리 수백 명이 자신의 고민을 남겼다. 사주 결과를 보고 고마운 마음에 돈을 내고 싶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사이버네틱스의 '타이트사주' 서비스 모습. (사진=타이트사주)
2023년 말 AI 사주 서비스인 ‘타이트사주’를 출시하자 예상치 못한 이용자들이 몰렸다. 바로 2030 여성들이었다. 서비스 출시 초기 당시 전체 이용자들의 80% 이상이 바로 이들이었다. 송 대표도 이런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며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했는데 서비스를 운영하다보니 20대 여성 이용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 궤적을 따라 10회 이상 콘텐츠를 꾸준히 구매하는 이용자들도 있고, 재구매율은 35%에 이른다. 봄에 ‘썸’과 관련 사주를 본 이용자가, 여름에는 ‘연애운’ 사주를 구매했다. 이후에는 한동안 서비스를 찾지 않다가 1년 뒤 ‘결혼운’을 보기 위해 돌아왔다. 가을에는 재회운, 채용 시즌에는 커리어 관련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이 늘기도 한다. 이용자의 삶과 사주 소비가 연결되는 것이다.
타이트사주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용자들의 구매 패턴과 최신 유행 등을 분석해 ‘29금’, ‘외모 정병’ 등 젊은 층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상의 주제들을 사주와 연결 짓는다. ‘재회사주’를 본 한 이용자는 이별의 이유를 설명받으며 ‘나의 성격 중 어떤 부분이 헤어짐을 겪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송 대표는 “이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스토리가 계속 풀려나가는 과정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라며 “내 이야기가 어떻게하면 더 몰입감있고 와닿을 수 있을 지를 늘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직접 AI 사주 서비스 타이트사주에서 ‘연애운’을 골라 운을 점쳐봤다. 생년월일을 입력하자 ‘MZ 도령’ 무당이 등장해 문을 열고 매력적인 음성과 함께 사주의 세계로 안내했다. 처음에는 다소 낯간지럽게 느껴지던 문체였지만, 읽다 보니 마치 ‘나’를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를 읽듯 홀린 듯이 빠져들었다.
이처럼 사주를 ‘점괘’가 아니라 ‘나를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로 만들었더니 20대 여성들이 지갑을 열었다. 타이트사주의 월매출은 출시 초기였던 2024년 약 1억원에서 2025년에는 약 10억원까지 성장했다. 지난달 월 매출도 전월 대비 약 20% 증가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약 100만명에 달한다. 외부 투자 없이 자체 매출로만 거둔 성과다.
송 대표는 지난해부터 일본과 대만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3~4월부터 해외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AI 컴패니언’ 사업도 준비 중이다. 사주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캐릭터와 대화하며 이용자만의 ‘AI 친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사이버네틱스라는 회사 이름도 목적지를 향하는 배가 계속 피드백을 받으며 방향을 조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왔다”며 “궁극적으로는 AI 컴패니언 등을 통해 창업 초기부터 꿈꿨던 멘탈 케어 쪽으로 계속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송 대표에게 자신의 사주는 어떠냐고 물었다. 송 대표는 스스로를 ‘경진일주’라고 소개했다. 리더의 자리에서 계속 무언가를 확장해 나가는 사주라며, 철학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사업을 넓혀 나가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