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루빈 GPU(사진=연합뉴스)
특히 매출의 92%인 890억달러(약 123조원)가 AI 인프라 수요가 집중된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나왔다. 1년 전보다 117% 뛴 수치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080억달러(약 149조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꺾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실적에서는 공급망 확보에 투입되는 자금이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커져 눈길을 끌었다. 엔비디아가 향후 제품 생산을 위해 맺은 공급 약정은 지난 분기 1190억달러(약 164조원)에서 7월 말 2790억달러(약 385조원)로 한 분기 만에 2.3배 불어났다. 약정 가운데 920억달러(약 127조원)가 2027회계연도 하반기에, 870억달러(약 120조원)와 880억달러(약 122조원)가 각각 이후 두 회계연도에 집중됐다. 엔비디아 측은 해당 약정이 “주로 메모리 조달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I 시장의 ‘슈퍼갑’인 엔비디아마저 안정적인 메모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장기 약정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AI 산업의 병목이 메모리 공급으로 이동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상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가 공급망의 초기 단계부터 (메모리 업체와) 협력해 온 것이 꽤 영리한 일이었다는 점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은 엔비디아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의 2분기 비일반회계기준 매출총이익률은 75.0%로 전 분기와 같지만, 3분기에는 74.0%(±0.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이 1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서도 메모리 조달 비용이 수익성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올랐으며 내년에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 업체들이 내년까지 가격 결정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HBM 비트 출하량이 올해보다 50~60% 증가하더라도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HBM 생산 확대가 일반 D램 생산능력까지 잠식하면서 서버 D램을 포함한 메모리 전반의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HBM에서 시작된 공급자 우위가 범용 D램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메모리 업체들의 높아진 가격 결정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391조원에서 내년 543조원으로 약 3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266조원에서 내년 391조원으로 4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사진=연합뉴스)
HBM에 집중됐던 AI 메모리 특수는 소캠(SOCAMM)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이어 AMD와 퀄컴까지 저전력 D램(LPDDR) 기반 메모리 확장 솔루션인 소캠을 찾으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소캠은 기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던 저전력 메모리를 서버 환경에 맞게 재구성한 모듈을 말한다. 차세대 AI 서버에 주력으로 활용되는 제품이다. 이른바 ‘제2의 HBM’으로 불린다.
엔비디아의 요구로 개발된 소캠의 적용처가 글로벌 빅테크 전반으로 넓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새로운 메모리 수요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소캠2는 추론 서버에 최적화된 메모리 솔루션으로 여겨진다.
이미 소캠2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플랫폼인 ‘베라 루빈’에 최적화돼 양산에 들어갔다. AMD는 지난 4월 차세대 서버용 에픽(EPYC) 중앙처리장치(CPU)인 ‘베라노(Verano)’에 소캠2를 탑재하기로 했으며, 퀄컴도 차세대 AI 가속기 및 솔루션에 소캠2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LPDDR6 기반 소캠 표준화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소캠의 적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