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6.8.27 © 뉴스1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이례적으로 빠르게 긴축에 나섰지만, 신현송 한은 총재가 제시한 향후 금리 경로는 오히려 완만한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백투백(연속) 인상의 핵심은 긴축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기보다 금리 인상을 앞당겨 물가 확산을 막고 향후 긴축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가 이번 정책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는' 선제 대응에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가 압력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뒤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서기보다 초기에 금리를 높여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고, 결과적으로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금리 향방은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보다 이번 백투백 인상의 효과가 경제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데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신 총재는 향후 네 차례 금통위에서 한 차례 추가 인상하는 수준의 완만한 경로를 제시하면서도, 물가·성장·환율·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매 회의 금리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관례 어긋난 백투백 이유는…'나중에 세게' 대신 '지금 조금 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달 2.75%로 인상한 데 이어 두 달간 총 0.50%p를 높였다.
기준금리 인하·동결 국면을 끝내고 긴축으로 돌아선 바로 다음 회의에서 재차 금리를 올린 것은 1999년 콜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신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연속 인상을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이자 "시장에 보낸 강한 신호"라고 밝혔다.
향후 긴축 시계와 관련해서는 "일정한 폭의 금리 인상을 생각했을 때 이를 앞당겨 그만큼 더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를 선제적으로 높여 기대인플레이션을 일찍 안정시키면, 뒤늦게 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필요성이 작아진다.
즉, 이번 인상을 통해 미래 긴축의 강도와 기간, 이에 따른 성장 비용까지 줄이겠다는 판단이다.
'호미' 언급만 6번…물가·환율 모두 동일 처방
신 총재는 약 50분간 이어진 간담회에서 '호미'라는 단어를 6차례 언급했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겠다"며 "한은은 호미로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호미 처방'은 물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신 총재는 환율 등 금융시장도 일일 단위의 움직임보다 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는 조치가 중요하다면서 "시장 관리도 호미로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통화정책이 선제 대응으로 시장에 일관된 긴축 신호를 주면, 환율 안정과 수입물가 압력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선제 대응으로 질서를 잡는 '호미 정책'은 시장 관리에도 적용된다"고 거듭 말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시장 안도선 지킨 점도표…3.50% 여섯 점에 국채금리↓
이례적인 긴축 초반 속도전에도 신 총재가 예고한 금리 인상 경로는 비교적 완만했다. 신 총재는 7·8월 연속 인상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이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금통위원들의 6개월 조건부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는 3.50% 6개, 3.25% 10개, 3.00% 5개가 찍혀 앞서 증권가가 예상했던 시장의 안도선을 지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점도표에 3.50% 점이 7개 이하일 경우 금리 인상기가 길어질 염려가 줄어들며 시장이 안심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3.50%에는 6개가 찍혔다.
KB증권도 최종금리 3.50%가 시장에 반영된 만큼 3.75% 이상 점만 없다면 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75% 이상은 전무했다.
이날 백투백 인상에도 국고채 금리가 소폭 하락한 것은 시장이 '선제 인상 후 속도 조절'이라는 신 총재의 보법(정책 경로)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신 총재도 "시장이 한은의 결정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인정했다.
'다음 호미'는 언제?…두 번의 물가와 명목GDP가 가른다
이제 관건은 한은이 '다음 호미'를 언제 꺼내느냐다. 신 총재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금리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집중해서 살펴볼 경제 지표들을 직접 거론했다.
우선 10월 금통위 전에는 소비자물가를 8월과 9월 두 차례 확인할 수 있다. 9월 초 나올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기업·소비 심리 지표 또한 주요 판단 자료다.
반도체 호황으로 개선된 소득이 가계소비와 취약계층까지 퍼지는 속도,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 흐름 역시 금리 향방을 좌우할 데이터로 꼽혔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매대 2026.8.3 © 뉴스1 구윤성 기자
이들 지표가 한은의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10월 금통위는 백투백 인상의 파급 효과를 확인하며 금리를 동결하고 한 차례 쉬어갈 여지가 있다.
반대로 지표 흐름이 예상을 깬다면 10월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총재는 앞으로 모든 회의를 금리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라이브 미팅(live-meeting)'으로 규정하고, 물가·성장·환율·금융안정 등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정책 수단으로 호미를 택하고 가래를 택하지 않은 한은의 최종금리는 지난 인상기(3.50%) 대비 낮을 것"이라면서 "매파적 경제 전망에도 비둘기파적이었던 금통위였다"고 평가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투백 인상이 관례를 벗어난 조치였다는 발언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 속도는 일반적인 분기당 1회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