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2026.8.27 © 뉴스1 최지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리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자영업자 부채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빚은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고 자영업자 대출과 연체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이미 부채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가계대출 금리도 3개월 연속 오른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기준금리 인상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다중채무자와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등 상환 여력이 부족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와 부실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8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은 두 차례 연속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1년 6개월 만이다.
가계빚 2019.8조 '역대 최대'…주담대·신용대출 동반 증가
한은의 '2026년 2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 9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이 2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증가 폭도 2021년 3분기 34조 8000억 원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 분기 증가 폭인 14조 8000억 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받은 가계대출에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인 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가계부채 지표다.
가계신용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은 1891조 3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4조 9000억 원 늘었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12조 8000억 원, 주택담보대출이 12조 2000억 원 증가했다.
주택 거래에 따른 대출 수요와 증시 호조에 따른 투자자금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주담대와 기타대출이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매신용 잔액도 128조 5000억 원으로 9000억 원 늘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은 변동형 대출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새로 취급된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31.9%로 전월보다 5.8%p 축소됐다. 반대로 변동금리 비중은 68.1%까지 높아져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노출되는 차주가 늘었다.
서울 종로구 상점가 모습.©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자영업자 연체액 최대…금리 0.25%p 오르면 이자 1.8조↑
자영업자 부채도 위험 수위다.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은 1095조 5000억 원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2조 6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개인사업자대출이 745조 5000억 원, 가계대출이 350조 원을 차지했다.
자영업자 가운데 가계대출 금융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를 합해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는 163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은 645조 원에 달했고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억 9000만 원이었다.
전체 자영업자 연체액은 올해 1분기 말 22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 원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1.86%에서 2.04%로 올라 2015년 2분기 이후 10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2금융권에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12.79%로 지난해 말보다 0.84%p 올라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사의 연체율도 3.98%로 201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았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한은의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이 하위 30%이거나 신용점수가 664점 이하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2.7%에 달했다.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도 10.9%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이자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을 약 65.5%로 보고,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전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1조 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차주 1인당 평균 56만 원꼴이다.
다중채무자의 이자 부담은 1조 1000억 원, 1인당 평균 65만 원 늘어난다. 대출금리가 0.50%p 오르면 전체 자영업자의 부담은 3조 6000억 원, 다중채무자는 2조 1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제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되는 시기와 폭은 대출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금융취약성 확대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장가격과 신용, 금융기관의 레버리지 등을 활용해 향후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을 측정하는 금융취약지수(FVI)는 2024년 1분기 37.6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장기 평균을 초과하는 수치가 나올 것으로 보는데, 이것은 상당히 깊은 우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채무조정 확대 등의 정책으로 취약차주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먼저 유동화회사와 대부업체가 보유한 5000만 원 이하·7년 이상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이 최대한 매입해 상환 능력 심사를 거쳐 소각하거나 채무조정한다. 조사된 채권은 최대 5조 6000억 원 규모다.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20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도 올해 하반기 일괄 소각한다. 코로나19 시기 금융지원을 받았던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채무감면부터 신용회복과 재기까지 연계한 별도 채무조정 방안을 4분기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 햇살론 공급 규모는 올해보다 3000억 원 늘어난 6조 2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청년 대상 미소금융 대출 한도는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두 배 높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올리는 것 자체가 가계의 소비와 차입을 줄여 물가와 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거시경제 정책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금리 인상이라는 고육책을 쓰더라도 취약계층과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부담은 정부가 재정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을 통해 선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hisriver@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