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1호사업, 9월 발표도 '가시밭길'…美 요구에 韓 상업성 셈법 충돌

경제

뉴스1,

2026년 8월 30일, 오전 06:46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및 한·미 통상 현안 협의를 마치고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8.20 © 뉴스1 이호윤 기자

한미 간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중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선정·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어떤 사업을 선정할지부터 투자 구조와 조건까지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에너지 분야가 1호 사업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이 투자를 압박해온 반도체 투자 여부와 현지 생산·고용 효과, 한국 기업이 확보해야 할 수익성과 사업상 권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대상 사업뿐 아니라 미국 측의 소유·지배구조를 둘러싼 해석과 투자금 운용 방식 등도 협상 과정에서 조율이 필요한 쟁점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미국이 대미 투자를 단순한 경제 현안을 넘어 한미관계 전반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삼으면서 1호 사업을 둘러싼 협상은 더욱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당초 '8월 말~9월 초'로 거론됐던 발표 시점이 9월 중'으로 늦춰진 것도 이 같은 쟁점들을 둘러싼 조율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월 말~9월 초'에서 '9월 중'으로…1호 사업 선정 늦어져
30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대미 투자 협상은 지난 16~19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김 장관은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이틀 연속 만나 1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주요 쟁점을 논의했다. 귀국길에는 협상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실무선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있음을 시사했다.

애초 정부 안팎에서는 1호 프로젝트 발표 시점이 '8월 말~9월 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거론하는 시점은 '9월 중'이다. 협상 과정에서 사업 자체뿐 아니라 투자 구조와 조건 등을 놓고 추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방향은 에너지 분야다.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와 국내 기업의 사업성을 함께 고려해 에너지 사업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 역시 최근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지금 와서 다른 분야로 바꿔 일정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어떤 사업을 1호로 원하는지는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호 프로젝트 선정이 늦어지는 배경을 두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너지냐 반도체냐'…美 요구와 韓 사업성 사이 간극 가능성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반도체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달 마이크론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미국이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생산시설 확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다만 이를 현재 협상의 직접적인 쟁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김 장관은 최근 방미 과정에서 러트닉 장관과 반도체 투자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1호 사업의 방향은 에너지 분야다.

결국 미국이 원하는 '미국 내 생산·고용 및 공급망 강화'와 한국 정부가 중시하는 '투자 수익성과 상업적 타당성'이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핵심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실제 미국 내 산업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 측으로서는 3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 규모를 고려해 투자금 회수와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거론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가 실제 1호 프로젝트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사업이 실제로 한미 간 합의된 1호 사업인지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

한미 양국의 무역·안보 관련 합의사항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미국 소유' 해석부터 투자 구조까지…막판 쟁점일 가능성
사업 자체보다 투자 구조가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미 양해각서(MOU)는 2000억 달러 규모 전략투자를 관리할 우산형 투자 SPV(특수목적회사, Special Purpose Vehicle)를 두고, 미국 또는 미국이 지정한 주체가 이를 관리·지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개별 프로젝트 SPV에 대해서는 '미국이 전적으로 소유하는(wholly-owned by the United States)' 별도 특수목적법인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 '미국 소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점이다. 미국 정부나 미국 측 지정 주체가 직접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해석과, 한국 기업이 미국에 설립한 현지법인 역시 미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인 만큼 지분 참여가 가능하다는 해석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기업이 지분과 이사회·의결권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투자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얼마인지, 향후 운영·증설·매각 과정에서 누가 결정권을 행사하는지 등이 연쇄적으로 달라진다. 한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사업의 소유권과 수익권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상업적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같은 '미국 소유권' 문제가 현재 협상 지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 외에도 미국이 자국 종합 원자력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한국 측에 인수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설도 최근 제기됐지만 산업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반도체, 에너지, 소유권 및 투자구조 등을 둘러싼 여러 가능성이 협상 과정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AFP=뉴스1 © 뉴스1 오대일 기자

투자 넘어 외교·안보까지…'상업적 합리성' 지키기 쉽지 않아
1호 프로젝트 선정까지의 험난한 과정에 더해 더 큰 문제는 대미 투자 협상이 경제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3500억 달러 투자 이행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관세와 공급망, 안보 현안 등을 한미관계의 큰 틀 안에서 함께 다루고 있다.

쿠팡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안보협의도 지연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로 보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미 투자 이행 압박까지 겹치면서 각각의 현안이 별개로 움직이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주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공급망과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 조선·함정 유지·보수·정비(MRO)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자산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투자사업의 상업성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대미 투자를 한미 경제관계뿐 아니라 동맹과 경제안보를 아우르는 기준으로 삼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국 1호 프로젝트가 에너지 사업으로 결정되더라도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규모와 소유구조, 현지 생산·고용 효과, 후속 투자 조건 등을 한국이 어디까지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전략적 투자'와 한국의 '상업적 투자' 사이에 놓인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면, 9월 중 발표라는 시간표 자체보다 양측이 어떤 조건으로 타협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9월 중 1호 대미 프로젝트 발표를 두고 여러 추측성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확인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결과물을 도출해 내겠다"고 전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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