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수술 걱정되는 '마취'…뇌파까지 살펴 안전성 높인다

경제

뉴스1,

2026년 8월 30일, 오전 11:45

부산수의컨퍼런스(부산수의콘퍼런스) 2026에서 배우람 넬동물의료센터 원장이 VET CAI 뇌파 분석을 통한 안전한 마취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사람의 전신마취에서는 혈압과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 생체신호와 함께 뇌파(EEG)를 활용해 마취 깊이를 평가한다. 반면 반려동물 의료에서는 아직 뇌파 기반 마취 심도 모니터링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늘고 고령·중증 환자의 수술이 증가하면서 수의계에서도 보다 정밀한 마취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배우람 넬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지난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9회 부산수의컨퍼런스(부산수의콘퍼런스) 2026'에서 '안전한 마취를 위한 VET CAI(벳 카이)의 성공적 사용 사례'를 주제로 강연하고 뇌파 기반 마취 심도 모니터링의 임상 경험을 공유했다.

'VET CAI'는 브레인유(BrainU)가 개발한 반려동물 전용 뇌파 기반 마취 모니터링 장치다. 마취 중 뇌파를 분석해 환자의 최면 상태 변화를 지표로 보여주고 수의사가 마취 깊이를 판단하는 데 보조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박인성 브리엔유 이사가 부산수의컨퍼런스 2026에서 VET CAI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배우람 원장에 따르면 마취는 환자(환견·환묘)를 깊게 재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수술 중 각성을 방지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깊은 마취도 피해야 한다. 특히 노령동물이나 심장·신경계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서는 마취 깊이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 원장은 프로포폴과 케타민, 세보플루란, 이소플루란, 덱스메데토미딘, 알팍사론 등 마취 약물에 따라 나타나는 뇌파 특성을 설명하며 "장치에 표시되는 인덱스(지표)뿐 아니라 신호 품질과 실제 뇌파, 환자의 생리학적 지표를 함께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심술 마취에도 뇌파 활용…"회복 불확실성 줄이는 데 도움"
배 원장이 뇌파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크게 체감한 분야 중 하나는 개심술이다.

심장 판막을 교정하는 개심술에서는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체외순환기를 가동한다. 이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호흡마취를 중단하는 구간이 생기는 등 마취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된다.

배 원장은 과거 개심술 이후 환자에 따라 1시간 만에 깨어나기도 하고 6~8시간이 지나서야 회복하기도 해 불확실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9살, 2.9㎏ 포메라니안과 10살, 5.8㎏ 닥스훈트의 개심술 사례가 소개됐다. 배 원장은 수술 과정에서 뇌파 변화를 확인하면서 마취제 투여량과 마취 깊이를 조절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개심술 이후 환자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었는데 뇌파를 확인하면서 마취 용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변화였다"고 말했다.

"진료 서비스·일하는 환경 모두 좋아졌다"
브레인유는 부산수의컨퍼런스 2026에 참가해 부스를 마련하고 VET CAI 제품을 소개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배 원장은 VET CAI 도입 이후 환자에게 제공하는 진료 서비스의 질뿐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고령이거나 심장·뇌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보호자가 마취와 회복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 수의사 역시 수술 전 마취 위험을 설명하고 수술 후 환자가 예상보다 늦게 깨어나는 경우 현재 상태와 회복 가능성을 보호자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뇌파 모니터링을 활용한 뒤에는 어떤 수준의 마취가 유지됐는지와 수술 이후 예상되는 위험, 회복 과정 등을 보호자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뇌종양을 진단받은 14살 믹스견의 자궁축농증 수술에서는 일반적인 환자와 다른 뇌파 변화가 관찰됐다. 이처럼 고위험 환자에게서는 뇌파 정보가 마취 상태를 평가하는 추가 지표가 되는 동시에, 보호자에게 환자의 위험도와 회복 과정을 설명하는 데 참고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됐다. 기존에는 수술을 마친 환자가 오랫동안 깨어나지 않을 경우 의료진이 곁을 지키며 회복 상태를 계속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뇌파 모니터링 지표를 여러 의료진이 함께 확인하면서 환자 관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배 원장은 "제품을 사용하고 나서 진료 서비스의 질과 일하는 환경 모두 좋아졌다"며 "환자의 마취 상태를 확인하면서 용량을 조절할 수 있고 보호자에게 마취와 회복 과정을 설명하기도 편해졌다"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최근 개심술과 인터벤션 등 고난도 치료가 확대되면서 동물의료에서도 정교한 마취 관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레인유에 따르면 VET CAI는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털을 밀지 않고 센서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뇌파 센서는 일회용으로 제작됐다. 현재 서울대와 충남대 동물병원을 비롯해 해마루이차진료동물병원,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 인천·부평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24시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등 국내 동물병원 약 10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배 원장은 뇌파 수치 하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VET CAI로 보는 것은 전신마취에서 중요한 '최면'의 정도"라며 "너무 얕거나 깊지 않은 적절한 마취 심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뇌파와 인덱스, 환자의 생리학적 상태를 함께 판단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대형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경험이 축적되면 향후 뇌파 모니터링 활용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피펫]

badook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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