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최대 과제는 '3%대 성장' 온기 확산…물가·세제도 '시험대'

경제

뉴스1,

2026년 8월 30일, 오후 02:34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재정경제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8.18 © 뉴스1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이 지명됐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3%까지 높아졌지만, 내수와 고용 등 민생 부문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 온기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물가와 집값,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는 것도 이 후보자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미국의 추가 관세 가능성 등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당정 간 이견이 불거진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조율하는 일도 시급하다. 미래산업 투자를 뒷받침하면서 안정적인 세수 기반을 마련하는 중장기 과제도 안고 있다.

반도체 성장 온기 내수·고용으로…물가·가계 빚 관리도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을 지명했다.기획재정부와 그 전신 부처를 통틀어 현직 차관이 곧바로 소속 부처 장관으로 올라서는 인사는 20년 만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후보자를 "경제정책 요직을 두루 거친 손꼽히는 정책통"이라고 소개했다. 개선된 경제지표를 국민의 삶으로 연결하고 양극화를 극복할 적임자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후보자는 경제분석과장과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 거시경제 분야 주요 보직을 거쳐 국가데이터처 전신인 통계청장을 지냈다.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임명됐으며 정부조직 개편 이후에는 재경부 1차관으로 경제성장전략과 세제개편안 마련을 주도했다.

현직 차관의 내부 승진으로 경제정책의 연속성은 확보했지만, 앞으로는 정책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반도체에 집중된 회복세를 내수와 고용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도 이 후보자 앞에 놓인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p)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을 3.2%로 제시했다.

다만 올해 1분기 성장률 1.8% 가운데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의 성장 기여도는 1.2%p에 달했다. 해당 업종을 제외한 성장률은 0.6%에 그쳤다.

고용시장에서도 회복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 8000명 늘었지만, 청년층 취업자는 19만 1000명 줄어 45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도 각각 6만 8000명, 5만 7000명 줄었다.

올해 2분기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4.5% 늘었지만, 물가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5%에 그쳤다. 소비지출도 명목으로는 3.4% 증가했으나 실질 증가율은 0.4%에 머물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호황은 기회지만 이 과정에서 초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며 "반도체 성과를 성장과 분배 개선으로 연결하려면 전력·용수 등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전환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온기를 확산하는 과정에서 물가와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2.8% 올랐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6%를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와 수도권 집값, 가계부채 증가세를 고려해 지난 7월과 이달 기준금리를 잇달아 올려 연 3.0%로 높였다.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 9000억 원 늘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정정책은 확대되고 통화정책은 긴축되는 상황인 만큼 두 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는 정책 조합이 중요하다"며 "환율 변동성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20 © 뉴스1 김민지 기자


대미 통상·부동산 세제 조율…'14억·12억' 절충안 주목
대미 통상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도 이 후보자가 마주한 과제다.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추가 관세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상호관세 15%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경기 회복을 이끄는 상황에서 관세 부담이 커지면 성장세뿐 아니라 달러·원 환율과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제개편안의 국회 처리도 이 후보자의 정책 조정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다.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부동산 세제를 주택 수보다 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이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비거주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으로 유지하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숙제다. 정부는 추가 세수 등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청년과 미래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경기 변동에 민감한 법인세에 기대 지출을 늘리면 반도체 경기가 꺾일 때 다시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

세수 추계와 세제 운영을 맡는 재경부와 예산·재정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 간 재원 배분과 정책 조율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미국의 관세전쟁과 중동 정세 등 대외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반도체 호황이 비생산적인 자산 가격 상승이나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며 "고용과 자영업뿐 아니라 부동산도 풀기 어려운 과제"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새 경제부총리 후보자 앞에는 부동산 문제와 초과 세수, 미국과의 정책 공조, 환율과 금리 등 여러 현안이 놓여 있다"며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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